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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거란과 여진, 정복으로 성장한 왕조는 정복이 끝나면 몰락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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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전국시대 동아시아 지형도. 한족 왕조라 해도 근간이 정복왕조라는 특징을 벗어날 수 없다. 이는 현대 중화민국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중국도 언젠가는 또 분열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구호는 얼마나 중국이 분열 지향인지는 역설로 말해준다.

 
정복왕조는 거의 비슷한 성장 곡선을 겪는데 창업주가 한창 개고생하며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힘의 제국을 이룩하며 이를 바탕으로 두어 세대가 지난 다음에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급속도로 몰락한다.

창업기는 겨를이 없어 거개 땅 따먹기에 주력하고 그러다가 두어 왕이 지난 다음에 거개 재위 오십년 안팎에 달하는 군주가 등장해 그 정복을 완성하고는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모든 정복왕조는 이 전성기를 지나면서 그 성장보다 빠른 속도로 곳곳에서 분열을 일으키다 결국 자멸하고 만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성장동력을 상실하는 까닭이다. 정복왕조 빛나는 급성장 비결은 말할 것도 없이 정복 그 자체다.

하지만 언제까지 마상馬上정치를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또 무엇보다 이제는 내실을 다질 때라 해서 내정에 골몰하나 그것이 곧 정복이라는 성장력을 멈추게 하고 만다.

흔히 중원대륙을 한족이 주인이라 하고 오랑캐들을 손님이라 치부하지만 천만에. 그 한족 왕조도 정복국가 아닌 게 없으니 진한 왕조 이래 한족 왕조도 모조리 정복왕조였다.

진 왕조가 천하통일과 더불어 그 생장을 추동한 시황제 사망과 더불어 바로 해체되었고 그를 이은 한 왕조도 장기집권한 무제 시대에 굽속한 군사팽창을 이룩하며 대제국을 형성했지만 무제 시대가 끝나면서 왕조는 이미 분열에 들어갔다.
 

겉보이기엔 거란이 대제국 같지만, 저 넓은 땅덩어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고리는 실은 연약하기 짝이 없었다. 순식간에 공중분해될 운명이었다.



이는 거란 여진 몽고 같은 정복성향이 더 강한 왕조도 마찬가지라 이백년을 버틴 거란도 장기집권 성종 시대를 지나면서 급속도로 쇠미 낌새를 보이기 시작하고

그것을 대체한 여진은 더 역사가 짧아 세종시대 황금기를 고비로 몰락으로 들어서다 몽고에 먹히고 만다.

그에 견주어 왜 한반도 왕조는 대체로 걸핏하면 그 존속기간이 오백년을 돌파하고 심지어 신라 같은 경우는 천년이나 계속되었는가?

동질성 때문이다. 이 동질성은 인종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땅이라는 나와바리가 고정됐다. 고구려의 경우 예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둘 수는 있지만 그네가 칠백년이나 버틴 힘은 장수왕 때 국내성을 버리고 평양에 정착함으로 한반도 왕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몽고제국은 실상 징키스칸 사후에 찢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국내성 터전을 잡고 계속 만주 왕조를 고수했다면 훨씬 일찍 망했을 것이다. 그만큼 평양 천도는 고구려로서는 심대한 사건이다.

한반도 왕조는 정복하려 해도 정복할 땅이 없다. 그러니 이 좁은 땅에서 반장 교체한 일을 왕조교체라 할 뿐이다. 애초 한반도에서는 정복왕조가 성립할 수 없는 이런 원초적인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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