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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부마駙馬 소배압] 종모성從母姓, 근친혼을 유지하는 족외혼 사회의 규율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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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소배압

 
고려거란전쟁에서 거란 쪽 군대 수뇌진, 특히 그 대빵으로 소배압蕭排押과 소손녕蕭遜寧이 집중으로 등장하는데, 두 사람은 친형제라, 배압이가 형이다. 동생 소손녕蕭遜寧은 실상 字라 본명은 소항덕蕭恆德이다. 

거란 역사를 보면 황족을 성씨를 야율씨耶律氏라 하고, 황비족을 소씨蕭라 하는데, 본래 거란은 성을 쓰지 않았다가 당말 이후 야율아보기가 요를 건국하던 무렵에 그 사는 곳 이름을 따서 저런 성씨를 쓰게 된다. 

앞서 지적했듯이 황제를 필두로 하는 황족을 야율씨라 하고 황비족을 소씨라 하지만, 이는 족외혼을 가장하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아니해서, 두 씨족이 저리 되면 뒤죽박죽 콩가루가 되어 실상 야율씨라 하지만 소씨가 되고, 소씨가 야율씨가 되기도 하니, 성씨는 아버지를 물려받는다는 이 조건이 무척이나 편리해서 실제로는 근친혼이지만 족외혼을 가장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모계를 기준으로 황후족은 모계로만 설정하면 되니깐 말이다. 




웃기는 건, 황족이라 해도 족외혼 규율이 따라 황족이라 해도 여자들은 어디로 시집 갈 거냐는 문제가 대두한다. 황비를 소씨한테 공급받는 대신, 야율씨 여자들은 소씨들한테 하가한다.

이 야율씨 황족, 곧 황제의 딸이나 여자 형제들이 소씨한테 가서 아이를 낳으면 그들이 소씨가 되는데, 이 소씨들이 도로 족외혼이라 해서 야율씨 남자들과 결혼하니, 그렇게 해서 소씨는 다시 야율씨가 된다. 

결국 돌고 돈다. 

족외혼을 유지하는 사회가 봉착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런 근친혼이었다. 족외혼과 근친혼은 양립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것도 인류가 실험하다 보면 상피하는 제도를 발명하기 마련인데, 고려의 경우 극심한 실제로는 족내혼이지만, 규율은 족외혼이라, 이를 지키고자 얄팍할 술수를 벌이게 되니, 왕의 딸들은 아버지 왕씨 성이 아니라 엄마 성을 따르게 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실제 아버지가 같지만, 성씨가 다르다 해서 형제자매가 결혼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딸이 어머니 성씨를 따르는 일을 종모성從母姓이라 한다.

딸은 엄마 성씨를 물려받기에 같은 아버지 오빠라 해도 성씨가 달라 둘은 적어도 겉모습은 족외혼이 되는 것이다. 

성씨는 곧 족외혼을 성립케 하는 일대 징표였던 것이다. 

요컨대 거란과 고려는 언뜻 보면 사뭇 다른 혼인시스템을 보이는 듯한데 실제 그 내실을 따져보면 아주 똑같은 족외혼 시스템을 그네들 전통에 따라 각기 포장해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이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었는데 서론이 길어져 별도로 독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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