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회갑에 가까와지기 시작하니
신체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는 것인지
이전에는 대단하게 생각했던 것이 별로가 되고
그전에는 생각지도 않던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소위 연구라는 것도 그렇다.
예전처럼 논문 한편을 어디 내고 어떤 사실을 발견하고 하는 것보다
뭔가 전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논문을 쓰다 보면 이 단계까지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뜻이겠다.
예전에는 회갑에 가까와져 퇴직이라는 결승점이 앞에 보이기 시작하면
그 결승점을 지난 후의 인생은 여생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덤이요 죽기 전까지 놀듯 쉬듯 지내는 시간을 의미했다.
요즘은 흔히 수명이 길어져 60대에도 계속 일한다고는 말하지만,
과연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필자도 요즘은 60 이후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내 주변에서 무엇은 사라지고 무엇은 남아 있을 것인가.
실험실? 없어질 것이다. 개인이 실험실을 유지할 수는 없다.
연구비? 조달이 안 될 것이다. 대학에 적을 두지 않은 상태라면 연구비는 당연히 타기 어렵게 되니까.
연구비도 없고 실험실도 사라진다면 당장 그 후의 "연구"란 무엇이 남을까.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물다 보면, 60대 인생은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계속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을 해왔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런 주변환경에 익숙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주변환경이 사라진 후의 내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60 이후의 내 인생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낯선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거라 생각한다.
필자도 요즘 고민이 많다.
60 이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그 안에서 책이라도 좀 보면서 글이라도 좀 쓰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 고민을 많이 한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준비해 보려 한다.
인류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건
사람들에게 쓸데 없는 고민 거리를 하나 더 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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