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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고대 근동학자 조철수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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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이던가? 아님 그보다 더 오래됐을 수도 있다. 아래 기사에서 다룬 조철수 박사 근황이 궁금해 지인들한테 물어보니, 타계했다 해서 놀란 적 있다. 참 아까운 인재다. 


기독신학을 고리로 삼아 인류문명 출발을 파야 한다는 신념으로, 수메르 문명까지 치고 들어간 그의 학문 이력은 이런저런 논문과 책으로 남았거니와, 그는 이른바 성서고고학 혹은 성서문자학 혹은 성서신화학으로 통칭할 만한 분야 국내 흐름을 주도한 1세대였다. 


그 자신도 은사 한태동 선생한테 감발해 경영학과를 때려치고, 신학과로 전과했듯이, 그에게서 직간접으로 감발한 후배들이 적지 않게 나와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내고 있으니, 천상에서나마 조금은 위로받지 않을까 한다. 


그와의 직접 인연이라 해봐야 나는 얼마되지 않는다. 몇번 이런저런 자리에서 조우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를 경외했으며, 이런 인연에서 그의 책 출간을 김영사에 주선하기도 했으니, 그리해서 나온 책이 2010년 《예수평전》이다. 


아래 기사에 첨부한 사진을 우리 공장 DB에서 찾았으므로, 관련 사진을 첨부해 다시 소개한다.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다시금 빈다. 


2003.04.15 10:46:49

<인터뷰> 고대 근동 전문가 조철수 박사

<신년 인터뷰> - ② 앗시리아학자 조철수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국내 유일한 앗시리아학(Assyriology) 전공자인 조철수(50) 서강대 신학대학원 초빙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개막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전」에 거의 매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안성림씨가 부인인 까닭도 있지만 인류 최초 문명의 모습을 보고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충실한 안내자 구실을 하고 있다.


국내 유일이자 세계 11번째 앗시리아학 박사학위 취득자 조철수씨.//문화부 기사참조/문화/ 2003.4.15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3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개막일 오후 조 교수는 연세대 신학과 은사인 한태동(77) 명예교수와 기자를 전시회장 이곳저곳으로 안내하면서 메소포타미아 유물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저는 연세대 경영학과 69학번인데 한 교수님 강의를 듣고는 3학년 때 신학과로 옮겼습니다. 제가 앗시리아학을 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신 분이 한 교수님이시죠".


남편의 이런 말을 듣고 있던 안성림씨는 "요즘도 툭하면 선생님(한 교수)이 남편을 불러내세요. 두 분은 술친구예요"라고 한마디 보탰다.


조 교수는 기원전 10세기경의 페니키아 비문들을 가리키면서 "지금까지 발견된 페니키아 비석중 가장 오래된 것이고 여기에 적힌 글자는 `레아람 엘'이며 번역하자면 `아람 엘에게'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물건의 가치나 소유권을 표시하기 위해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점토에다 찍은 도장(인장)을 설명하다가 "그러면 이게 중국에서 말하는 봉니(封泥)군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맞습니다. 중국 봉니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되지요"라고 했다.


사진으로 전시된 함무라비 비문에 대한 그의 설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기원전 1770년경 만든 함무라비 비문하면 우리는 `귀에는 귀, 눈에는 눈'을 떠올리는 정도일 뿐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실제 어떻게 법이 집행됐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어른 키가 채 안되는 함무라비 비문에 새긴 법전은 "이럴 때는 이렇게 처벌한다"는 각종 판례 200여 조항이 들어 있으며 이중 하나가 `귀에는 귀, 눈에는 눈'이라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 조항을 떠올리면 당시 메소포타미아 법률이 대단히 엄격했고 복수 위주였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지금까지 발견된 무수한 점토판(벽돌)에 남은 판결문을 보면 보복 처벌은 거의 없고 돈으로 배상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함무라비 비문을 번역해 출판하는 게 어떤가"하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아도 현재 3분의 1 가량 번역을 마친 상태"라고 했다.


국내 유일한 앗시리아학 전공자인 조철수(왼쪽) 서강대 신학대학원 초빙교수가 지난 21일 예술의 전당에서 개막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전」에서 연대 신학과 은사인 한태동(77) 명예교수와 메소포타미아 유물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화기사 참조- 2000.12.24 (서울=연합뉴스) (끝) <저작권자 ⓒ 2000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조철수라는 이름은 인류 최초의 문명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연구, 그중에서도 기원전 20세기 이래 기원전 5-6세기까지 번영했던 앗시리아에 대한 권위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같은 셈어족 계열인 앗시리아어와 고대 바빌로니아어를 함께 부르는 악카드어 연구 분야에서는 단체와 개인을 통틀어 아직까지 가장 많은 자료를 확보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대학 재학 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3년간의 반신불수 생활을 딛고 일어선 그는 76년 이스라엘로 유학을 떠나 그곳 예루살렘 히브리신학대학에서 현재는 고대근동학으로 통합된 이집트학과와 앗시리아학과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는다.


83년 제출한 석사논문은 파피루스에 기록된 이집트 고대 행정문서와 편지를 분석했고 앗시리아학과에서는 고대 수메르 통치자중 잘 알려진 구데아 시대 문헌을 정리하는 한편, 91년에는 `수메르어 동사의 접두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전공한 분야는 고대근동학에서 텍스트 분석과 언어학이다. 이들 텍스트 대부분은 기원전 32세기 즈음에 출현하기 시작한 점토판이이었다.


함무라비 법전, 점토판, 설형문자(쐐기모양 문자), 고대 바빌로니아, 수메르, 앗시리아... 세계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인류 최초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의 한복판을 그는 파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려움이 많다. 83년 석사논문이 그해 히브리대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고 이 대학에서 진행중이던 악카드어 사전 편찬에 참여해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았지만 아직까지 안정된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있다.


83년 이래 모교인 히브리대에서 전임강사를 거쳐 조교수까지 됐지만 유대인이 아니면 교수가 되지 못하는 이 대학 전통에 눌려 정교수가 되지 못했고 평생 사업으로 추진하는 수메르어 사전 편찬은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또 서강대 신학대학원 '초빙교수'라는 직함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신분 또한 불안정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올초 「메소포타미아와 히브리 신화」라는 단행본을 통해 구약성서가 수메르 신화를 어떻게 차용했지는를 규명했고 최근 들어서는 수메르 신화 연구에서의 축적을 바탕으로 부쩍 한국 신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제 연구 테마중 하나가 구약이 어떻게 성립돼 있는가를 밝히는 것인데, 구약이 수메르 신화에서 많은 부분을 따 왔다는 제 강의를 듣고는 기독교인들이 충격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구약이 메소포타미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야훼라는 유일신이 어떻게 성립됐는가 하는 해답도 앗시리아 전제정권 수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신화를 비롯해 고대 한국문화 또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일정한 영향을 받았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는 그가 앞으로 어떤 연구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사진 있음>

taeshik@yonhapnews.ne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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