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2020-03-03 09:41
박상현 기자
'최광지 홍패' 지정 예고…고려 불경·조선 후기 백자도
문화재청에서 근자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전적 2점이랑 백자 1점을 보물 지정 예고했는데....
그 내역을 보면 고려말기 정부에서 발행했다는 과거합격증인 ‘최광지 홍패’ 1점을 필두로 고려후기 선종禪宗 경전인 ‘육조대사법보단경’ 1책, 그리고 조선후기 ‘백자항아리’ 1점이라고..
▶ 최광지홍패崔匡之紅牌(전주최씨 송애공파 종중 소유)
이 중 ‘최광지 홍패(崔匡之紅牌)’는 고려말~조선초 활동한 문신 최광지崔匡之가 1389년, 고려 창왕 1년에 문과 ‘병과 제3인丙科 第三人(전체 6등)’으로 급제하여 받은 문서라는데, 문화재청 설명에 의하면 이것이 약 630년 전 고려말에 제작된 매우 희귀한 사료라고 한다.
홍패紅牌는 고려~조선왕조에서 발급한 문과文科와 무과武科 합격증을 말하는데. 보통 홍화씨 등으로 붉게 염색한 종이로 발급한 까닭에 이렇게 이름한다. 그에 대비되어 생원‧진사시험 통과자는 흰 종이 합격증을 받았으므로 ‘백패白牌’라고 부른다.
병과 제3인丙科第三人은 고려말기 문과 등제登第 중 ‘병과’에 해당한다. 문과 등제는 을과乙科, 병과丙科, 동진사同進士로 구분했으니, 이들을 다 합친 총원은 32인으로 을과에 3인, 병과에 7인, 동진사에 22인이 할당되었다. 따라서 ‘병과 제3인’ 최광지는 전체 성적이 6등에 해당한다.
최광지崔匡之는 생몰년 미상이라, 고려 말기~조선 초기에 활동한 문관이다. 족보에는 1389년 문과에 급제했다는 흔적이 보인다. 본관은 전라북도 부안에 집성촌을 둔 전주全州. 당시 정치‧경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던 전주최씨 위상을 감안할 때 이 홍패는 고려 말~조선초 가문과 인물, 제도를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된다고 문화재청은 봤다.
문제의 홍패에는 '성균생원 최광지 병과 제삼인 급제자成均生員崔匡之丙科第三人及第者'라는 말과 '홍무 이십이년 구월 일洪武貳拾貳年玖月日'이라는 문장이 두 줄로 적혀 있으며, 발급연월일 위에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이라는 국새國璽가 찍혔다.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은 1370년(고려 공민왕 19년) 명나라 황제 홍무제가 고려에 내려준 국새로, 조선 건국 후 1393년(조선 태조 2)에 명에 다시 반납했다.
고려시대 공문서에 이 직인이 찍힌 사례는 ‘최광지 홍패’가 현재까지 유일하다고 알려졌고, 조선 개국 직후인 1392년(조선 태조 1) 10월에 태조 이성계가 개국공신 이제李濟(?~1398)에게 내린 ‘이제 개국공신교서’(국보 제324호)에 ‘고려국왕지인’이 사용된 흔적이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시대 홍패는 총 6점으로, 시기는 모두 ‘최광지 홍패’ 보다 빠르지만 관청에서 왕명을 대신해 발급했기 때문에 국왕 직인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문서 형식과 성격 측면에서도 ‘왕지(王旨, 왕명)’라는 문서명과 국왕 인장이 찍힌 정황으로 보아 임금의 명령을 직접 실천한 공식문서로서 완결된 형식을 갖추었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왕명 직인이 찍혀 있고 형식상 완결성을 갖춘 예는 ‘최광지 홍패’가 유일하며, 이러한 형식은 후대로 계승되어 조선시대 공문서 제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문화재위와 문화재청은 평가했다.
* 고려 시대 홍패 현황
연번 | 문화재명 | 발급연대 | 지정현황 | 비 고 |
1 | 장양수 홍패(張良守 紅牌) | 1205년(희종 1) 4월 | 국보 제18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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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우탁 홍패(禹倬 紅牌) | 1290년(충렬왕 16) 5월 | 비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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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장계 홍패(張桂 紅牌) | 1305년(충렬왕31) 5월 | 보물 제501호 | ‘장계 홍패 및 장말손 백패․홍패’ |
4 | 이자수 홍패(李子脩 紅牌) | 1330년(충혜왕 1) 11월 | 비지정 | 원본은 현존하지 않고 족보에 내용만 전해짐 |
5 | 양이시 홍패(楊以時 紅牌) | 1355년(공민왕 4) 2월 | 보물 제725호 | ‘남원양씨 종중 문서 일괄’에 포함됨 |
6 | 양수생 홍패(楊首生 紅牌) | 1376년(우왕 2) 6월 | 보물 제725호 |
더불어 최광지 홍패는 1276년(고려 충렬왕 2) 부터 과거합격증에 ‘왕지王旨’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고려사高麗史》 기록을 처음 확인시켜 준 실물이라고. 또한, 조선시대 문서제도와 관련성이 밀접하다는 점에서 역사․학술 가치와 희소성이 인정되어 보물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고려사》 권28, 세가世家 권28, 충렬왕 2년(1276) 3월 기사에 따르면, 공문서에 ‘선지宣旨’라는 용어를 ‘왕지王旨’라고 바꿔 사용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 바로 시행되었는지 알려주는 사례는 발견되고 않는다.
▶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백천사 소유)
1책(64장). 1290년(충렬왕 16) 원나라 선종의 고승 몽산덕이蒙山德異(1231〜1308)가 편찬한 책을 고려 수선사修禪社에서 당시 제10대 조사祖師인 혜감국사 만항萬恒(1249~1319)이 받아들여 1300년(충렬왕 26) 강화 선원사禪源寺에서 간행한 판본. 현재 경상남도 사천시 백천사에 소장.
서문
선종禪宗은 달마대사達磨大師가 참선과 개인수양을 통해 깨달음을 얻자 해서 창시한 불교 교파로, 한반도에는 통일신라 8세기 무렵에 전래되어 고려~조선시대를 거쳐 크게 유행했으며, 작금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이에 속한다.
육조대사법보단경은 중국 선종禪宗의 제6조인 당나라 혜능慧能(638~713)이 소주韶州의 대범사大梵寺에서 대중에게 육조六祖(중국 선종 창시자 달마대사 법계를 이은 제6대 祖師)의 지위에 이르기까지의 수행과정과 문인들의 수행을 위해 설법한 10가지 법문을 그의 제자 법해法海가 집성한 책이다.
권수제
몽산덕이蒙山德異(1231〜1308)는 원나라 승려로, 보통 덕이선사德異禪師라 한다. 고려 승려 중 혜감국사 만항과 긴밀히 교류해 고려에서 ‘고담(古潭)’이라는 호를 주기도 했다. 선종 승려 고봉원묘高峰原妙(1238~1295)와 함께 고려 불교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수선사修禪社는 1190년(고려 명종 20) 보조국사 지눌智訥이 만든 신앙결사단체이자 사찰이다.
육조대사법보단경은 혜능의 선사상을 이해하거나 선종 역사를 연구할 때 매우 중시하는 경전이며 한반도에서는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간행되었다.
발문
백천사 소장본은 한반도에 전래한 관련 경전 가운데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선시대에 보이는 덕이본德異本 계열 책들과도 판식板式(또는 版式)의 차이점이 보여 고려시대 특징을 보인다고 평가됐다. 판식이란 판본의 양식이라는 뜻으로, 책을 인쇄한 면의 전체적인 짜임새로 간단히 말하면 스타일 구긴다 할 때 그 스타일이다.
육조대사법보단경은 선종 핵심사상을 파악할 수 있는 지침서이자 한국 선종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불경으로 불교사에서도 중요하며, 이 중 백천사 소장본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같은 종류의 경전 중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가치가 높다고 문화재청이랑 문화재위가 짝짜쿵으로 합심해서 결단냈다.
제1권
▶ 부산박물관 백자항아리[백자대호白磁大壺]
조선 17세기 말~18세기 초에 제작됐다고 추정하며, 높이가 52.6cm에 이르는 대형大形이다. 아가리에 해당하는 구연부와 어깨에 미세하게 금이 간 데를 곤쳤지만 거의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며 보존상태도 좋다고. 형태는 좌우가 약간 비대칭이나, 자연스럽고 당당하며, 담담한 청색을 띤 백색 유약이 고르게 발라져 전체적으로 우아한 품격을 나타낸다고.(이런 표현 좀 안 쓸 수 없나??? 굉장히 없어 보임. 거지 같음.)
이 백자항아리는 안정된 기형器形과 우수한 기법 등으로 보아 17세기 후반~18세기 초반 관요官窯(왕실 도자기가마)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당시 관요백자 제작기술이 완숙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자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 후기 백자 항아리 중 크기와 기법 면에서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고.
백자항아리는 50cm 이상 크기의 입호立壺(항아리 형태)로서의 희소성, 파손이나 수리가 거의 없는 완전성, 비례가 알맞은 조형성과 정제된 유약, 번조燔造(도자기 굽기) 기법의 우수한 수준 등을 근거로 조선 시대 도자사陶磁史의 중요한 유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보물로 지정해 연구하고 관리‧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고.
*** 흔히 달항아리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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