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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공공재라는 말이 주는 편안함과 안이함, 문화재가 살 길은 그 탈출이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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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 Public Goods 라는 말을 찾아보니, 기획재정부에서 제공하는 용어 설명이 다음과 같다. 

비경합성 non-rivalry과 비배제성 non-excludability을 가지고 있어 시장에서 공급이 되기 어려운 재화. 국방서비스, 도로, 항만, 등이 대표적 예다.

비경합성이란 한 사람이 그것을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지 않음을 뜻하고, 비배제성이란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소비에서 배제할 수 없음을 뜻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공공재에는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힘들다. 즉, 비경합성으로 인해 소비하는 사람이 추가적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재화를 생산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비배제성 때문에 이용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어렵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공공재 생산에 드는 비용은 부담하지 않으려 하면서 소비에는 참여하고 싶어하는 무임승차자(free-rider)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공공재의 공급을 시장기능에만 맡기면 사회적으로 적절한 수준으로 생산되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재는 주로 정부가 직접 생산, 공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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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문에서는 문화재가 공공재 대표 상품으로 선전되어 생산 소비 유통되는 중이어니와, 이 공공재라는 무게감이 언제나 그것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비용을 세금이라든가 복권기금 같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해서 뜯은 삥을 투하하는 빌미가 된다. 

요새는 주로 절간을 중심으로 반란이 일어나고, 그 일부 반란이 혁명으로 포장되어 몇몇 예외가 생기기는 했지만, 땅속에 묻힌 이른바 모든 매장문화재 주인 혹은 소유권을 국유國有로 돌린 소이가 바로 문화재가 지닌 공공재라는 특성에서 말미암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언제나 불만 혹은 논란을 부르거니와, 예컨대 공사에 따른 발굴과 그 비용 전가 문제 역시 지금은 많은 보완이 이뤄져 현재에 이르러,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내가 정확한 양상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궁극으로는 제반 조사와 처리 비용 일체를 국가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고는 있지만, 이전에는 개발시행자한테 그 모든 덤터기를 씌웠으니, 이 역시 근본 발상을 보면 문화재라는 공공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곧 문화재는 공공이 누리고 소유하며 향유해야 하는 재산인데, 개발은 그런 문화재 양태에 불가피하게 초래하는 파괴 행위이므로, 그런 공공재를 파괴하는 데 대한 책임은 당연히 그 직접 발단을 제공한 사람이 져야 한다는 민형사상 논리라 할 수 있다. 

이리 되니 개발자로서는 환장할 노릇인 게, 자기 땅에서 나온 물건인데 소유권 주장은커녕, 나오자마자 고스란히 국가에 강탈당하고, 그 제반조사비용과 처리 비용까지 물어야 한다는 역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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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이 업계 투신 초창기에는 저런 공공재 신념이 투철해서, 매장문화재의 국유는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 파괴를 부른 조사비용은 그 파괴 제공자가 무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지금은 많이 바뀌어, 지금 어느 단계인지 내가 장담을 못할 지경이라고만 해둔다. 

말이 좋아 공공재지, 공공재 치고 쓸 만한 상품 하나 없다. 국가에서 만든 상품으로 쓸 만한 것은 공짜밖에 없다. 제품 그 자체로만 보건대 공공재가 무슨 상품성이 있으며 시장성이 있겠는가? 불량품투성이에 지나지 않는다.

저 사전 정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공공재가 거의 필연적으로 무임승차자 free-rider 논란을 유발하며, 그것은 시장기능에만 맡기면 곤란하므로 그 직접 생산과 공급을 국가 혹은 공공기관이 담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앞선 글에서 나는 왜 문화재는 돈벌이 수단이 되지 못하느냐 절규했다. 내가 이유를 몰라서이겠는가? 

작금과 같은 제도 인식이 팽배하는 한, 다시 말해 그것이 언제까지 공공재로 머무는 한, 문화재는 영원히 이 꼴을 면치 못한다. 

왜 문화재는 돈벌이 산업이 아닌가? 진단이 나왔으므로 대처 또한 간단하다. 

문화재를 공공재에서 빼야 한다. 자격상실케 해야 한다. 이것이 문화재가 산업으로 사는 길이다. 

물론 공공재라는 말이 주는 안전성 보호막을 내가 모르는 바 아니며, 또 그것이 일정 부문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안다. 또 같은 K-culture라는 범주에 엮여 있지만, 그 선두에 선 영화만 해도 스크린쿼터라는 보호막이 있고, 지금의 성공에 그것이 일정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고픈 생각은 없다.

다만, 헤러티지가 영화와 다른 점은 후자는 어케 해서든 그것을 비집고 나와 세상을 호령하는데, 그보다 훨신 이전부터 공공재라는 보호막 아래서 안주한 헤러티지는 그 아늑함이 하도 오래되어 그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보호라는 군불이 주는 아랫목을 차지할 뿐이다. 

물론 주목할 만한 자성 또한 없지는 않거니와, 그렇다 해서 제아무리 문화재를 산업화를 외치며 굿즈 백날 만들어 봐야 소용없다. 

문화재는 공공의 영역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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