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안을 어찌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처 방안 역시 달라지기 마련이라 지방자치제 재도입 이래 지역을 활개하는 박물관 신설 증축 움직임 또한 마찬가지라
내가 비록 이를 위한 기초 조사에 막 들어가고, 또 전국 이백여 군데 이른다는 지역 공립박물관 중 이제 겨우 열 군데. 남짓한 실질 조사와 관련 취재를 한 데 지나지 않으나
그렇다고 내가 이른바 문화재업계라 해서 발 담근지 물경 25년이라 그에서 보고 들은 것이 어찌 허투루하기만 하겠는가?
이 지역 공립박물관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가장 중요한 데가 중앙정부, 구체로는 박물관 미술관 인허가 평가라는 권능을 장착한 문화제육관광부의 그것이 가장 중요한데 왜인가?
목줄을 쥔 까닭이라 언제까지는 신축하라 독려만 하던 문체부가 야금야금 통제를 강화하다가 요새는 평가인증제라는 요물을 들고 나와 전국 박물관들을 향해 걸핏하면 공립박물관 자격박탈을 협박한다.
언제까지는 지자체들더러 박물관 미술관 만들라 애걸복걸하고 권고하던 그네가 2000년 10년대 접어들어 돌연 안면 몰수하고는 미끼는 던져버리고 차꼬를 채우기 시작했으니 그 드라마틱한 변화시점은 2018년 아니면 2019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중앙정부 방침은 타당성평가라는 이름으로 실상 박물관 증설 억제에 나서는 한편 기성 박물관에 대해서는 재평가라는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이를 과도기라 볼 것인지 아니면 숨고르기로 볼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겠지만 이렇게 중앙정부가 돌변한 데는 이유가 없지 않아서 간단히 말해 지자체가 박물관 만들기만 급급하고 운영은 팽개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사안을 어찌 바라 봐야 하는지 하는 가장 중대한 문제가 돌발한다.
더 간단히 박물관을 만들기만 하고 운영을 팽개치는 지자체는 나쁜 놈들이기만 한가?
나쁜 놈들이라는 시각에서 저와 같은 통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명분은 그럴 듯해서 피같은 국민세금을 허투루 쓸 순 없다 한다.
그런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요컨대 중앙정부의 진단은 근간에서 오진이다.
***
시리즈를 시작하며
이 문제는 평소 내가 심각하다 생각한 것들이며, 언제쯤 한 번은 제대로 손을 대야 한다 작심은 하고 있었다.
박물관학을 표방한 흐름이 국내에선 없지는 않으나 그 주축이 모조리 박물관 종사자들이라 근간에서 이익단체 대변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며 또 그렇기에 그 방향은 언제나 더 많은 지원을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얻어내기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극한의 한계가 있다.
마침 이 문제를 돌아볼 작은 계기가 생겨 손을 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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