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를 옮기게 된지 대략 1년이 다 되었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교육’만을 전담으로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은 전시만을 담당하거나 혹은 교육과 전시 업무 모두를 했었다. 그러니 어찌 보면 교육 학예사로서는 새내기나 마찬가지다.
1년의 경력을 교육에 대한 경력이라 내세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디서 얼마나 일하든 무언가를 얻게 되기 마련이다. 1년간의 업무를 통해, ‘이것이 박물관 교육이다!’라는 거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막연하게 느끼게 되었다. 정확히는 박물관 교육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박물관 전시에 대한 것이다.
‘또 전시냐.’라던가 혹은 ‘역시 전시 업무를 주로 했더니 전시만 생각하는 거냐.’라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이제는 전시 자체만을 생각한다기보다는 보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 것이 나에게 생긴 변화다.
지금 와서 생각했을 때 지금까지는 그냥 내가 하고 싶었던 전시를 했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풀어야 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상설전시 개편을 준비할 때는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 과에서 있다 보니, 상설전시야 말로 전시를 보는 사람을 최대한 배려해야하는 전시다.
보는 사람을 배려하기
요즘 내가 생각하는 ‘보는 사람을 배려하기’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쉬운 전시 글쓰기’와는 조금 다르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닿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정확히는 전시 전체의 맥락을 교육적인 관점에서 풀어주어야 하는 것이 내가 절감하고 있는 ‘보는 사람을 배려하는 전시’다.
이전에 외국은 에듀케이터가 전시 업무를 함께 협업한다고 들었을 때, 단지 어린이용으로 말을 쉽게 풀기 정도의 업무를 돕는 것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서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전시실의 전체 스토리가 흘러가더라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유물군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그 유물군은 같은 전시실 내에서, 혹은 시대를 넘어선 다른 시대의 전시실에서 놓여도 된다. 가능하다면 유물들이 서로 교차되면서 그 변화 과정을 어린이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혹은 변화 과정이 아니더라도, 서로 비교해서 느낄만한 것을 배치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때 비교 지점을 알려주는 것은 패널이나 네임텍이 될 수도 있고, 교육강사가 될 수도, 리플릿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박물관 교육이 전시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기에 필수적인 것인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어린이만 쉬운 전시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실은 어른도 어린이용 패널을 보는 것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박물관의 대표 프로그램 만들기
교육프로그램의 설계 또한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시 또는 어떤 특정 유물이 박물관의 이미지를 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박물관 브랜딩화를 해왔지만 교육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를 배우려면 ○○박물관에 가야지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정도가 입소문이 난다면, 교육프로그램의 역할 중 반은 성공한 것일 것이다.
그때그때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표 메인 프로그램과 서브 프로그램이 조화를 이루게 설계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사실 답은 없는 문제인데, 그냥 1년간 시간을 보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되었다.
모두가 아는 것인데 이제야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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