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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

직장인으로서 학예사: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by 느린 산책자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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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어느 한 분야 전문적인 스페셜리스트,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을 두루두루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보통 공직에서 행정직들은 제너럴리스트로 분류되곤 한다. 어느 부서를 가더라도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학예직에 종사하는 학예연구사 혹은 학예연구관은 스페셜리스트로 구분된다. 공직에서 행정직에 있는 분들은 제너럴리스트라 한다면, 어느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기에 스페셜리스트로 분류되는 것일 터다. 

학예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나 자신을 특정 분야 전문가라 생각했다. 나뿐이 아니라 대다수 학예사가 ‘나는 스페셜리스트’라 생각할 것이고, 그에 대한 자부심으로 일한다. 그러나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스페셜리스트일까 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저는 고고학 이런거 잘 모릅니다 흑흑


솔직히 말하자면, 부끄럽지만 나의 전공인 미술사 안에서도 회화사를 벗어난다면 전혀 모르는 것투성이다. 전시를 할 때 이것이 맞는 것일까 하면서 전전긍긍할 때도 다수였다. 

만약 내가 박물관을 벗어나, 문화재 행정 업무를 한다하면 더 모르는 것투성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아주 얄팍한 전문 지식을 갖춘 채 일하는 수준인 것이다. 


학예사에게 필요한 것이란
그런데 이런 사실은 나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럴수록 학예사 개개인의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학예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고 사람들에게 물으면, 아마도 대다수는 첫 번째로 전문지식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학예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필요 자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관이 아주 커서 개개인의 전문성을 살펴줄 수 있다면 모르지만, 대다수 박물관은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박물관 업무는 박물관 사람들에게나 중요하지, 밖의 사람들 아니 더 좁게는 예산을 주는 행정직에게조차도 중요하지 않다.

이런 면에서 학예사에게는 행정직도 설득할 수 있는 행정 능력이랄지 협상 능력이 필요하다. 당장 눈앞의 전시나 교육이 아니라, 큰 바운더리 안에서 볼 수 있는 시야 또한 필요하다. (이것을 무슨 능력이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자질이라면, 역시 외국어 능력이 아닐까. 이미 나는 늦은 것 같지만. (흑흑) 외국 케이스가 반드시 우리보다 선진인 것은 아닐 텐데, 외국 사례라는 이유만으로 더 큰 평가를 받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렇다면 나의 성과를, 우리의 성과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외국어가 중요하다. 아니,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2023년이 다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2024년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

그리고 일종의 자기 반성 같은 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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