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박물관에는 동화 구연 수업이 있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그 주제에 대한 신체 활동이나 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제목은 ‘말하는 박물관’이다. 작가님이 지어주었다는 이 제목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박물관이 말을 하다니 뭔가 귀여운 느낌인걸.’하고 말이다. 귀여운 제목만큼 수업을 듣는 아이들도 5~7세의 귀여운 어린이들이다.
이 수업은 매니아 층이 있다. 다른 수업과 다르게 이 어린이들은 진짜 매니아라 할 만 하다. 1년 또는 2년 가까이를 오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매니아인지 혹은 보호자가 매니아인지 알 수는 없지만.
D도 그런 아이였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렇듯, D는 동화 구연을 얼른 끝내고 만들기를 하고 싶어 했다. 초등학교를 들어가면 점차 그리기와 만들기를 싫어하게 되는 것 같은데, 5~7세 어린이들은 만들기 수업을 참으로 좋아한다. D도 항상 만들기 수업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 날만큼은 동화 내용이 흥미진진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질문을 했다. 마침내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줘야 하니까 나중에 선생님에게 따로 말해줄래?”
그랬더니 D가 말했다.
“말하는 박물관 아니에요?”
그 순간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지만, 꾹 참아야 했다. 속으로는 ‘아! 정말 그렇네! 말하는 박물관이잖아.’라고 말하며.
나는 D가 정말 재치 있다고 감탄했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짐짓 어른스럽게 “말하는 건 박물관이야.”라고 했지만, 그럼 어린이 입장에서는 ‘말 듣(고 있)는 박물관’인걸까. 왠지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어린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려하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버려서 어린이스럽게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난번에는 어린이박물관 사례 조사를 위해 동료 선생님과 그분의 아이 M을 데리고 근방의 어린이박물관에 다녀왔다. 이곳은 일반 상설전시실과 어린이박물관이 별도로 조성되어있는 곳이다. 몇 주 전에도 유치원에서 이곳을 다녀왔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M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재미있게 놀았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 할 정도였다. 내가 기록용으로 내부를 찍고 있는 동안, M이 엄마에게 말했다.
“형님 박물관은 어디에요?”
처음에는 형님 박물관이 뭐지 했는데, 본인보다 형님인 아이(사람)들이 보는 곳이 형님 박물관이라고 동료 선생님이 통역해줬다. 그동안은 어린이와 성인들이라 구분했는데, 어린이의 눈으로는 어린이와 형님들이라 구분할 수 있겠구나! 또 한 번 내게 어린이의 눈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5~7세 보다 나이가 많은 어린이들을 만나도 감탄하는 일이 많다. 어느 날은 강사 선생님이 상아로 만든 호패를 보면서 어린이들에게 “이건 무엇으로 만들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당연히 상아라는 답이 나오겠지 했는데, 돌아온 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버터로 만들었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버터 색과 정말 똑같다. 관찰력이 뛰어난 어린이다. ‘요즘의 어린이들은 이 색을 버터와 비슷한 색이라 생각하는구나. 나도 앞으로 “여러분. 버터 색이랑 비슷하죠?”라고 말해줘야지.’하며 마음속에 저장해 두었다.
어린이의 눈은, 어린이의 마음은 언제 어른의 눈과 마음이 되는 걸까. 어느 날은 옛날과 아무런 차이 없이 몸만 나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어린이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면 한번 생각을 거쳐야 한다. 또는 어린이와 가까운 이의 통역을 거쳐야 이해가 가능하다. 그런데 어린이도 어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몇 년을 배워야 하는 건가 싶다. 그러니 나중에 어린이박물관을 만들게 되면, 어른의 용어가 아니라 어린이들의 용어로 꾸며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요즘의 생각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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