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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 가족과 부모는 영원한 속박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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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中國法律與中國社會》


번역 :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중국사 전공


제1장 2절 부권 07


타클라마칸사막. 불효로 죄를 지어 유배갔다가 풀려나고 또 같은 죄를 저지르면 신장으로 유배갔다. 쪄서 죽었다.


석방하여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봉양할 사람이 없어진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서다. 따라서 자손은 풀려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 부모를 모셔야 했다. 한 번 풀려난 뒤 다시 부모의 뜻을 거슬러 부모로부터 고발당하면 가중처벌을 받아 신강新疆으로 보내 관병의 노예로 삼았다. 모셔야 할 분들이 모두 사라지면 석방하여 집으로 돌려보낼 필요도 없었다. 


우연히 실수로 잘못을 저지른 자가 다시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았다면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애통해 하는 모습을 살펴 총독이나 순무, 장군이 형부에 보고하여 심사하는 절차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부모의 고발로 수감된 뒤 부모의 사망 소식을 듣고 풀려날 기회가 사라졌다는 절망감에 옥에서 스스로 목을 매었다.


먼 곳으로 보내는 조치는 조부모・부모가 자식의 신상에 대한 결정권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부모는 친권을 행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법의 힘을 빌어 영원히 자유를 박탈하고 변방으로 내쫓을 수도 있었다. 자손은 가족들로부터 배척되었을 뿐 아니라 사회로부터도 격리되었다. 변경을 제외한 전중국 어느 사회에서도 발딛고 살 수 없었다. 


자손은 영원히 조부모, 부모의 소속이었으며, 가정과도 영영 떨어질 수 없었다. 가정에서 벗어나야 사회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갖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근대적 사고와는 천양지차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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