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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벌써 11주년 용산참사, 그날의 비극을 기억하며

by taeshik.kim 2020.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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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로 옥상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특공대원. 그 아래는 경찰쪽 사람이 아닌 듯하다. 연합DB



[순간포착] 용산 참사, 그날의 안타까운 기억

송고시간 | 2020-01-18 08:00

참사 현장에는 거대한 주상복합빌딩 건축중


식민지시대 이른바 강제동원을 한창 인터뷰할 적에 철도라는 관점에서 하나 이상한 점은 그네들 뇌리엔 서울역은 전연 없다시피 하고, 오직 용산역만 남았다는 점이 나로서는 특이했다. 다들 하는 말이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고는 저 머나먼 남양군도며 버마전선으로 갔다고 했다. 


꼭 그래서는 아닐 것이로대, 그런 용산역 역사를 증언하는 유구한 유산 중 하나가 그 용산역 전면 유곽이었다. 그랬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용산역전엔 유곽 거리가 있었다. 이곳이 개발된다 했을 적에 그것이 없어질 것임을 알고는 기록이라도 남겨놔야 한다고 생각해 언제적인지 사진기 들고 촬영을 나갔다가, 가뜩이나 그런 데 민감한 지역이고 재개발을 둘러싼 험악한 분위기 또한 그러해서 카메라도 꺼내들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만큼 이 일대 분위기는 이미 무엇인가 비극을 배태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운으로 가득찬 곳으로 변해 있었다. 


옥상에는 불길이 치솟는 가운데 내부로 진입한 경찰쯕 사람들이 보인다. 연합DB



꼭 유곽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용산역 일대는 개발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누군가는 총대를 매고 해야 했다.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있었다. 물론 이를 위한 과정에서 봉착해야 하는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 할지는 개발 그 자체보다 중요했다. 


그런 용산 개발이 마침내 굉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 규모가 하도 커서인지,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라 했다. 주변 일대 특정 구역을 사업대상지로 설정하고, 그런 구역은 다시 Ⅰ Ⅱ Ⅲ Ⅳ의 네 구역으로 나누어 순차로 추진한 것으로 안다. 모든 재개발은 그에 따른 막대한 예산은 물론이려니와 강제수용이라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서 강제수용은 토지소유라는 측면에서 크게 두 부류가 있기 마련인데, 첫째는 그 실제 소유지, 두번째는 그렇지 않지만 그곳에 터잡은 사람들이 그렇다. 세입자도 있고, 무허가 거점자도 있다. 내 추단이 잘못인지 모르나, 재개발에 따른 많은 문제는 후자에서 발생한다. 실제 소유주야 강제 수용하고, 그것이 아니되면 대금 공탁하고 밀어버리면 되지만, 실제 그에 이르기 전에 보상 절차는 거개 마무리된다. 


화염속 옥상의 인물. 차림새로 보아 철거민쪽 소속으로 보인다. 연합DB



문제는 후자다. 이 후자는 그만큼 절박하기 마련이다. 개중 세입자들로서는 당국에서 책정하는 보상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쫓겨나면 갈 데가 없다. 문제는 당국에서도 할 말은 없지 않아 법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그들을 충분히 보상할 근거 역시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더 서럽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을 쫓아낼 때 항용 하는 말이 "저희도 안타깝습니다만...."이다. 실제 안타까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용산역 참사는 저 과정이 충돌한 비극 중의 비극이었다. 그 참사가 발생한 시점은 2009년 1월 20일 새벽이었으며, 그 장소는 Ⅳ구역이었다. 이때의 상흔이 얼마나 깊었던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유일하게 당시 사업대상지 중 나대지로 남아있다. 듣자니, 그 개발 시동을 다시 건다는 말이 서울시에서 흘러나오기는 하더라만, 용산역 신용산역 권역 중에서도 젤로 금과 같은 땅이 바로 이곳이다. 그런 곳이 저런 비극 한 방에 개발이라는 굉음 시동을 멈추고는 10년을 보내야 했다. 


옥상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철거민쪽 사람 같다. 연합DB



이날 새벽 줄곧 이제나저자네 일이 터질 지 몰라 인근 빌딩에 올라 현장을 지킨 우리 공장 사진기자는 관련 장면을 포착한 사진들을 연신 포착하고 발행한 그 설명에서 다 이렇게 적었다.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농성 중인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 불이 나 쓰러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이주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며 지난 19일부터 시위를 벌여왔다. 2009.1.20."


물론 저때만 해도 내부에서 어떤 비극이 벌어졌는지는 모를 시점이다. 나중에 보니 피철거 대상자와 철거단체쪽에서 5명, 경찰 1명이 희생되었다. 당연히 부상자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화염에 휩싸인 농성건물을 경찰이 물대포로 쏘며 컨테이너로 옥상 진입을 시도 중이다. 연합DB



문제의 현장은 투쟁력 또한 최고조로 오른 거점이었다. 철거민 관련 단체인 전국철거민연합회가 합세하면서 쫓겨나야 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저항을 했다. 경찰과 그들이 동원한 인력업체가 들이닥치자 옥상으로 오른 저들은 그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으로 구슬을 쏘며 저항했다. 경찰은 건물을 봉쇄하고 물대포를 쏘아댔다. 


6시 45분, 경찰쪽이 컨테이너에 타고 10t짜리 기중기를 통해 옥상으로 진입하자 철거민들은 화염병 투척하며 격렬하게 저항을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 7시 24분쯤 망루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옥상은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달집처럼 활활타는 그 불길을 뒤로 하고는 어떤 사람이 난간에서 외치는 한 두 사람 모습이 포착되었다. 


경찰이 이미 내부는 장악한 농성건물. 불길 치솟는 옥상 밑 건물 창너머로는 진압요원들이 가득하다. 연합DB



모레가 용산참사 1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에 즈음해 이번 순간포착은 이 사건을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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