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中國法律與中國社會》
번역 :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중국사 전공
제1장 2절 부권 04
법률상 부모는 못난 자식을 훈육할 권리를 지녀 직접 벌을 내릴 수 있었다. 동시에 부모는 지방정부에게 처벌 권한을 위임하여 대신 집행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었다. 생사여탈권의 박탈은 부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가족 내 처벌권을 지방정부에게 넘겨 법관이 심판과 집행을 하도록 한 것은 헨리 메인이 부권의 제약이라고 지적한 로마 제정시대 만기의 조치와 비슷하다. 처벌권을 이양하는 방식은 두 종류이다. 자손이 지시를 어기면 부모는 징벌을 요구할 수 있다.
당송대에는 도2년이고 명청대에는 장100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지시를 위반했다’는 의미는 매우 광범위하여 부모가 제소하면 법관은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명청대 법률은 매우 가볍게 처벌했다.
지시를 어겼을 경우 뿐 아니라 불효의 죄목으로 고발하여 징벌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불효의 죄목은 지시를 어긴 경우보다 엄중했으며 법률상 무겁게 처벌했다. 불효의 내용은 명례(총칙)에 일일이 열거되어 있다. 조부모・부모에게 욕을 한 경우, 조부모・부모와 다른 호적을 만들고 재산을 나눈 경우, 부양에 소홀했을 경우, 부모의 상례 때 처첩을 들인 경우, 상복을 벗기 전에 연회를 연 경우, (부모의) 부음을 듣고도 숨어 거애擧哀하지 않은 경우, 거짓으로 조부모・부모가 사망했다고 한 경우 등의 항목이 있고 각기 처벌 규정을 두어 이를 수리할 때 곤란함이 없도록 하였다. 그러나 규정에 없다고 하여 자녀의 불손한 행동을 불효로 볼 수 없다거나 불효로 고발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법리적으로나 사실적으로 부모는 불효로 고소할 수 있었으며, 불효라고만 해도 법관은 수리해야 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부모가 불효죄로 고발하여 자식을 죽여달라고 하면 정부도 거절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불효죄는 (부모에게) 욕한 자를 사형에 처했지만 그 나머지는 사형에 이르지 않았다. 이는 법률이 부권을 어떻게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법률이 일정 수준까지 발전하면 부친이 지녔던 자녀의 생사여탈권은 사법기구로 회수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사여탈의 의지는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국가는 생사여탈권을 회수했을 뿐, 부모의 생사여탈 의지는 부정하지 않았다. 단지 집행을 대리하도록 요구했을 뿐이다. 부친이 생사여탈권을 지녔던 과거의 유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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