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中國法律與中國社會》
번역 :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중국사 전공
제1장 2절 부권 03
한편 부모의 지시를 어겼다는 것이 더러는 자질구레한 일에서 비롯되기도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진십자陳十子는 아들 진존근陳存根에게 함께 밭에 가서 거름을 주자고 하였다. 진존근은 핑계를 대며 가지 않으려 했고 한 차례 꾸지람을 듣고서자 마지못해 갔다. 밭에 가서도 일은 하지 않고 화가 난 기색으로 있자 진십자는 욕을 했다. 진존근은 울기 시작했고 울음을 멈추지 않자 진십자는 화가 난 나머지 살기가 발동하여 허리띠로 목 졸라 죽였다. 산서순무[晉撫]는 마음먹고 고의로 살해한 것으로 ‘부친이 고의로 자식을 살해한 죄’에 의거 장杖 60 도徒 1년에 처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형부刑部는 진존근이 지시를 듣지 않았으니 실제로는 (지시를) 어긴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반박하고 ‘자식이 지시를 어겨 부모가 절차 없이 죽인 죄’로 법에 따라 장 100에 처해야 한다고 하였다.”(刑案匯覽 44:5ab)
이와 같은 안건도 절차 없이 죽이지 않았더라면 논의 대상도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률이 주목하는 것은 지시를 어겼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이면서 절치를 지켰는지 여부이다. 이것은 객관적 문제이지만 전자는 주관적이다. 자식이 지시를 어겨서 그랬다고만 하면 법관은 원인을 캐거나 인정할 필요도 없었다. 자식이 지시를 어겨 때려죽인 안건 중에 어떤 것은 왜 죽였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단지 자식이 지시를 어겨 때려죽였다고만 기록한 것도 있다.
** 예전엔 ‘敎令’을 ‘가르침’이라고 번역하였지만, 안건을 보면 볼수록 ‘지시’로 번역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 진십자陳十子는 진씨 집안 열째아들이라는 뜻이다. (김태식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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