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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中國法律與中國社會》 실수도 용납없는 부모상해

by taeshik.kim 202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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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中國法律與中國社會]


번역 : 이태희 


제1장 3절 형법과 가족주의-친속간의 침범-살상죄03


상해를 입혔을 경우에는 고의든 실수든 구분하지 않았다. 법률에는 ‘실수로 상해를 입혔을 경우’라는 처벌 규정이 없다. 한 번의 실수로 의도치 않게 부모에게 상해를 입혔어도 모두 참형(斬刑)에 처했다. 아주 오래전 한대(漢代)에도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갑(甲)의 아버지 을(乙)과 병(丙)이 싸우던 중 병(丙)이 을(乙)을 칼로 찌르려 하였다. 이때 갑(甲)이 아버지를 구하고자 몽둥이를 들어 병을 가격하였으나 아버지를 때리고 말았다. 법관은 갑이 아버지를 구타했다고 보고 효수(梟首)로 판결했다. 실수에 의한 상해는 별도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동중서(董仲舒) 만은 “아버지와 아들은 지친(至親)이기에 이 싸움의 전말을 들으니 서글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몽둥이를 들어 구하고자 하였으니 아버지를 해치려는 마음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춘추(春秋)에서 아버지의 병을 고치고자 약을 올렸다가 돌아가셨을 경우, 군자의 본마음에 비추어 사면하고 주살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니 율문 상의 “아버지를 구타한 죄”로 갑을 논죄할 수는 없습니다.”(太平御覽640, 董仲舒의 春秋決獄 인용 부분)라고 하였다. 당시 이와 같은 견해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이후로도 소수에 불과했다.


적소량(翟小良)이 담을 수리하고 돈을 벌어 생선, 술 등 먹을거리를 샀다. 적(翟)의 아버지가 그를 보고 화를 내며 소랑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소랑은 일단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에 칼로 변발을 잘라내려고 하였으나 잘못하여 아버지의 손목을 그어 상처를 내고 말았다. (刑案彙覽 2:13a-14b)


공노재(龔奴才)는 처가 다른 사람과 간통하는 것을 목격하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싸우다가 가위를 들어 찔렀다. 진씨(陳氏)는 재빨리 피했으나 이때 싸움을 말리려던 아버지 공가홍(龔加紅)이 달려왔다. 공노재는 미처 손을 멈추지 못했고 가홍의 왼쪽 가슴을 찌르고 말았다. (刑案彙覽 2:8a-11a)


번괴(樊魁)는 동생 번원(樊沅)과 싸우다 홧김에 못이겨 칼을 들고 휘둘렀다. 어머니 왕씨가 달려들어 칼을 빼앗았지만 도중에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 말았다. (刑案彙覽 2:11a-12b)


이상 몇 가지 사안은 모두 “자식이 부모를 구타한 경우 즉시 참형(斬刑)에 처한다[斬立決]” 조문에 해당하지만 후에 사건의 경위가 가련하다는 점이 인정되어 비로소 참후[斬候] 처벌을 받고 추심(秋審) 때 감형 받았다. 번괴의 사안은 새로운 판례를 낳았다. “실수로 조부모 및 부모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율에 의거하여 즉시 참형에 처해야 한다. 본 법조문에 비추어 판결하되, 번괴의 사례를 판례로 삽입하고 이후 이에 따라 시행하도록 하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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