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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국역 일기에서 홀대 받는 노비들

by 신동훈 識 202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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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조선시대 일기의 국역본에는 

등장인물들을 알기 쉽게 요약하여 정리한 경우를 보거나

관련 논문들들 보면

일기의 저자와 관련있는 식자층, 

즉 그 일기에 나오는 당시의 양반들에 대해서는 

경력과 출생 사망 연도, 자와 호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적어두는데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집안의 노비들에 대해서는 등장인물 요약에서 항상 빠진다는 점이다. 

사실 조선왕조 일기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은

필자가 보기엔 이들이 무엇을 먹었는가, 

그리고 노비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하는 것이

양반들끼리 누가 누가 만나 밥을 먹었네, 술을 마셨네 하는 잡문들 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노비들의 경우 그 혈연 관계에 대해서도 제대로 정리된 논문이나 책의 요약 한번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사실 양반들끼리 만나 술마시고 밥먹고 시를 읊고 나라 좀 걱정하다가 집에 가서 잤다

이게 뭐가 궁금한가?

뻔한 이야기고 그런 인간관계라면 굳이 일기를 보지 않아도 다 나오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이들이 밥 먹을 때 무엇을 먹었는지, 그리고 그 집안의 노비는 누가 누가 있는데 이들의 혈연관계는 어떠하고 

주인과 이야기 할 때 대들었는지 도망을 갔는지, 두들겨 맞았는지

이런 부분이 일기에 있어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다. 

왜? 다른 기록에서는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기를 국역한 책들에서 주인공과 교류한 양반에 대한 행적만 추적하는 것은

애초에 일기를 보는 목적에 있어 초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바

일기에 등장하는 노비와 종들의 이름과 목소리, 혈연관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왜? 

그들이 바로 백년, 이백년, 삼백년 후에는 한국사회의 중추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적이 

시같지도 않은 시를 짓고는 그 핑게로 임진왜란 와중에도 술먹고 곯아 떨어지던 양반들 행적보다는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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