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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굴러온 탑이 주변 개발행위를 제한한다고???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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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문화재 지정 석탑 때문에 주변 재개발 차질 '갈등' | 연합뉴스

부산시 문화재 지정 석탑 때문에 주변 재개발 차질 '갈등', 차근호기자, 사회뉴스 (송고시간 2020-06-01 10:52)

www.yna.co.kr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간단히 이 사건 개요 추리자. 

 

부산 지역 어느 사찰에서 신라 말기에 만들었다고 짐작되는 석탑 1기를 경주에서 기증받았다. 한데 근자 이 석탑이 부산시유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문제는 이렇게 지정된 문화재는 석탑이라는 이유로 건조물문화재로 분류되어 버퍼존 buffer zone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석탑은 문화재 중에서도 건조물로 분류되는 까닭에 문화재 지정과 더불어 해당 문화재를 중심으로 그 주변 일정한 구간에 대해서는 문화재보호구역을 생성한다.

 

 

직지사 대웅전 마당 동서삼층석탑. 직지사랑 아무 관계도 없다. 다른 데서 뽑아다 세운 석탑인데 보물이다. 

 

 

이렇게 되니 어떤 문제가 벌어지는가? 문화재보호구역 안 개발 행위는 이제는 일일이 관련 문화재 심의를 받아야 한다. 현상변경이라 해서 해당 문화재 경관에 영향을 줄 만한 개발 행위가 집중 심의대상이 되는 것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석탑이 본래 그 자리에 있던 것도 아니요, 굴러서 들어온 것인데, 그렇게 굴러서 들어온 것이 어찌하여 주변 주민일상생활을 제한한단 말인가?

 

문제는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지방지정문화재가 아닌 국가지정문화재에서도 버젓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경주 지역 석탑을 기증받은 해당 사찰은 왜 이 석탑을 굳이 문화재로 지정받으려 했을까? 확증은 없으나 심증은 있으니,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해당 사찰은 전통사찰로 분류되는 그런 신분 상승이 이뤄지고 그에 따른 각종 지자체 지원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이런 문화재 행정은 시급이 뜯어곤쳐야 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제자리를 떠난 석탑은 건조물이 아니라 동산 문화재로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 건조물은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까닭에 이런 일이 벌어지거니와, 석탑이 이동하는 일은 흔해 빠졌고, 그보다 덩치가 훨씬 더 큰 건축물 자체도 눈깜짝할 사이에 요새는 이동을 하는 시대다. 

 

 

직지사 비로전 마당 석탑. 이 역시 보물인가로 지정되었지만, 직지사랑은 아무 관계 없고 딴 데서 뽑아다 세운 것이다. 

 

 

비단 석탑 만이 아니라 다른 일반 건축물도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유리걸식한 문화재는 동산 문화재로 신분 변화를 주어야 한다. 저 석탑도 내가 소장하는 기왓장 토기조각이나 마찬가지로 그 주변 일대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부동산 건조물이 아닌 동산문화재가 되어야 한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내가 종래 조금은 깊게 다룬 적이 있으므로 그 글을 소개한다. 

 

 

문화재 분류체계의 경계선, 동산문화재와 부동산문화재

앞선 이야기를 이어가면, 문화재는 또한 그것을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느냐에 따라 동산문화재와 부동산문화재로도 분류할 수 있다. 이 경우 심각한 논란이 있거니와 어중간 지점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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