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述》 13 오돌개 모노가타리 2013.06.10 12:09:51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뜻이거니와, 이는 세월의 무상함을 증언하는 상투어다. 이런 말이 태동하고 널리 사용된 중국 본토에서 실제로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 데는 없는 것으로 안다. 다만, 그런 뽕나무 밭이 댐에 수몰되어 호수로 변한 곳은 여럿이다.
내 고향에서는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지금 이맘쯤이면 누에치기로 정신이 없는 시즌이다. 하지만 온 국토를 통틀어 지금 누에를 치는 곳은 거의 없는 줄로 안다. 친다 해도 아마도 관광용이거나 전통 보존용이 아닌가 한다.
누에는 뽕을 먹고 자란다. 한데 이 뽕이라면 대뜸 이미숙과 大物 이대근이 먼저 떠오르거니와, 식민지시대 이른바 낭만주의 문학 개척자 중 한 명이랄 수 있는 나도향의 소설에 뿌리를 박은 이 영화는 꽤나 뽕의 추억과 누에치기의 추억을 낭만으로 그렸거니와, 하지만 실제 누에치기는 고통의 연속이다.
누에는 내 기억을 되살리면 씨인지 알인지를 농협인지 어디에서 받아와 그것을 부화하는 데서 시작하거니와, 한데 이를 시작할 무렵이면 뽕은 이제야 겨우 새싹이 돋기 시작한 때라 뽕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에 소요하는 뽕은 뽕밭 혹은 뽕나무 밭이라 해서 뽕나무만을 심은 밭에서 주로 재배한다. 물론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심은 뽕나무도 제법 요긴하기는 하나, 그에에서는 뽕 소출이 얼마되지 않는다.
누에가 태어날 무렵이면 뽕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그 부족한 뽕은 산뽕이라 해서 산에서 자라는 야생 뽕을 따다가 먹인 기억이 새록하다. 한데 이 산뽕이 많은가 하면, 이것도 턱없이 부족해 이를 찾아 온 산을 뒤지고 헤매곤 했다.
뽕이 주는 혜택이 적지 않거니와, 개중 하나가 오돌개다. 오돌개가 무엇인가? 이른바 표준어 규정에 의할진대 오디라고 하는 뽕나무 열매라, 그 효용성을 보면 첫째, 식량이요 둘째, 술 담그는 재료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이 오돌개를 따러 다녔다. 대개 그것을 담는 그릇은 막걸이 받아오는 주전자였으니, 거기다가 흥근히 담아오면 그걸 우거적우거적 씹어먹었다. 나 같은 사람은 누구나 겪었겠지만, 오돌개를 서로 많이 따먹은 표시를 낸답시고 주둥이에 일부러 오돌개 물을 잔뜩 묻혀 바르곤 했다.
식량 자원으로서의 오돌개는 이미 기록만 보면 그 역사가 2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니, 위 촉 오 삼국시대에 강남의 吳 정벌에 나섰다가 패망한 조조 군대가 돌아오는 길에 오돌개를 식량 삼아 연명했다는 기록은 그것을 잘 말해준다.
지금은 뽕이라고 하면 낭만투성이일 듯하나, 그것을 재료로 삼는 양잠은 그야말로 노동의 고통이라, 그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기회를 엿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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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SNS 같은 데를 보면 오디 얘기가 많이 보인다. 그에 격발해 과거 오디 관련 글을 뽑아다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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