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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그땐 그토록 증오스러웠고, 지금도 그닥 즐겁지는 아니한 The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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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리즈 출판 서지사항을 보니 제1권이 1984년 2월 20일 초판 발행일이요, 내가 보유한 저 판본은 그 제3판으로 1985년 2월 15일 발행이라 하며, 제2권이 1982년 11월 20 초판이요, 저 판본은 1986년 2월 20일 발행이라 한다. 둘 다 도서출판 까치에서 나왔으며, 역자는 김재환, 당시 성심여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란다.

저건 구입한지가 대략 대략 2~3년 정도 전쯤 용산역 인근 내 단골인 중고서점이었으니, 별뜻없다. 한때 영어영문학과에 적을 두었던 놈으로서 그때 기억 한편이 아련히 떠올라, 그 편린 하나 붙잡을 심정으로 구득해 와서는 서재 내 작업실 한 켠에 세워두고는 가끔씩 구경만 한다.

저걸 그 중고서점에서 구득할 적에 보니 그 코너에 그 번역 대본 원본인 벽돌책 2권 전질도 있었으니, 그걸 한 세트 구비할까 했다가 참았으니, 자고로 한국 영어영문학도에 적을 두고 있거나 두었던 사람으로 저 세트를 구비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자고로 영문학 개설로는 언터처블 지위를 유지했던 것인데, 지금도 그러한지는 졸업한지 30년인 내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 세트가 내가 다닐 적에는 2권 전질이었으니, 지금도 그러한지 역시 알지 못한다. 나 역시 말할 것도 없이 없는 돈 쪼개 저걸 끼고 다녔지만, 잦은 이사 과정에서 망실하고 말았다.

이 새벽 각중에 저 두 책이 눈에 띄어 또 각중에 저 The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 약칭 Norton Anthology 라는 요물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서칭을 했거니와, 실상 영어영문학도는 저걸 끼고 살았다 해도, 그 내력까지 아는 이는 드무니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저 노턴 영문학 개관 이라는 제목에서 Norton은 그것을 발행한 the W. W. Norton & Company 라는 출판사 이름이니, 저 세트 초판은 1962년이라 하며, 언제 기준인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 10판까지 나왔고, 2006년까지 800만부 이상을 찍어냈다는데, 내가 대학에 다닐 적엔 물론 말할 것도 없이 해적판이었다.

초판 이래 제7판까지 편집 책임자 General Editor는 M. H. Abrams 라는 사람이라, 이 친구 문학 비평가요 영문학 중에서는 낭만주의 Romanticism이 전공이라는데, 이후 그 자리는 Stephen Greenblatt라 해서 하버드대학 교수요 셰익스피어 전공자한테 넘어갔다고 한다. 저 번역 대본을 보면 저자로 M. H. Abrams 外 라 적기했으니, 당연히 초창기 판본을 저본으로 삼는다.

시와 드라마, 산문, 그리고 에세이 등등 문학이라 분류할 만한 잡탕들은 영문학 남상이라 일컫는 베오울프 Beowulf 이래 현대에 이르까지 전형적인 연대순을 따라 개괄하는데, 상하 각각 1천 쪽을 넘는 거질이었다고 기억하며, 그래서 이 책으로 역시 영문학을 강의한 내 학부 때 사부 중 한 분인 언더우드 4세는 이 책 하나를 들고는 본인은 이 책을 자동차 미끄럼 방지용으로 쓴다고 한 일을 기억한다.

이 책이 그토록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서도 대학강단에서 절대의 위치를 구축한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커버하지 않는 영문학은 없다 할 정도로 무엇보다 양이 방대했고, 더구나 설명보다는 주요 작품들은 분량을 고려해서 적절히 원문을 제시한 까닭이다. 반면, 저것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해서, 그 만만찮은 무게만큼이나 언제건 떨쳐버리고픈 괴물이기도 했다.

지금 찾아 보니 초판 이래 2권 전질 체제 two volumes와 그 축약본 체제를 구축하다가 제7판에 와서는 전질 6권, 2세트로 변모했다고 하니, 각각 세 권으로 쪼갰나 보다. 구성 체제로 보면 전반부가 "The Middle Ages"와 "The Sixteenth Century and The Early Seventeenth Century", 그리고 and "Restoration and the Eighteenth Century"이며, 후반부에서는 이후 영문학을 "The Romantic Period"와 "The Victorian Age", 그리고 "The Twentieth Century and After"로 구성한단다.

영문학에서는 저 개설서로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이 책 출판사 W. W. Norton & Company는 미국 New York City에 본부를 두었다 하며 1923년 설립되었단다. 1960년대 초반 이래 그 주식은 종업원들이 지닌 이른바 종업원 지주회사로 변모했다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경향신문 비슷한가?

이 회사를 설립한 이는 William Warder Norton과 그의 부인 Mary Dows Herter Norton이라, 출판사 이름은 남편에서 따왔음을 본다. 남편이 먼저 죽고 미망인 Mary Norton이 주식 전부를 저리 넘겼단다.

참, 저 번역본은 말할 것도 없이 발췌다. 저걸 모조리 번역한다면 분량이 너무 방대하며, 또 그 작업이 실로 지난할 것이라, 한국 영문학이 총력을 투입해야 한다. 다만, 이땅의 영문학도들이 고질이 있어, 문학은 모름지기 원문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그런 신념에 투철하다는 생각을 결코 버리지 못함을 지적하고 싶다. 나 역시 쥐뿔도 가진 것도 없고,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그런 신념에 투철한 때가 있었음을 고백하거니와, 저 역본만 해도 이미 내 학창 시절에 나와 있긴 했지만, 쳐다도 안 본 이유가 그 때문이었으니, 영문학이 어찌 모름지기 그것을 업으로 삼는 자들의 전유물이어야 하겠는가?

그땐 그렇게 싫었던 저 노턴 영문학 개관이 가끔은 몹시도 그립기도 하다. 그렇다고 여전히 그리 다정다감한 기억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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