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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모든 고고학도는 도둑놈이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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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귀순병사를 수술한 아주대병원 이국종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돈다. 그를 두고 한편에서는 영웅으로까지 칭송하는 움직임도 없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그는 의사일 뿐이다. 그것도 요즘 의료계에서는 누구나 피한다는 외과 의사다. 듣기로 외과는 의료계 여러 부분 중에서도 힘이 들고 돈은 안 되고, 폼은 안 난다 해서 인기가 없다고 한다.

그런 시대에 소위 아덴만의 영웅을 살려내고, 그에다가 총알 몇 방을 맞았는지도 모르는 북한군 귀순병사의 목숨까지 살려냈으니, 왜 이국종을 호명하는가 생각하면, 나는 시대가 요구하는 명의名醫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의사를 미화한다 해서 말이 많았지만, 그건 우리 사회가 의료계에 바라는 모습이라 보면 된다. 그 전조는 낭만닥터 김사부가 열었다. 



명의란 무엇인가? 대중이 원하는 명의는 이미 드라마 《허준》 혹은 《김사부》가 제시했다고 본다. 명의는 돈이 아니라 인명을 위해 싸운다. 그는 위험에 빠진 생명이 있는 곳이라면, 시간과 돈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생명을 살리고자 물불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그런 그의 수술 능력은 귀신이 곡할 정도다.

이런 그를 빛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화려한 조연이 필요하니, 돈에만 혈안이 된 병원장이 반대편에 존재해야 한다. 이 희한한 구도가 이국종에게도 이상하게도 편린이 보인다.

김유신을 빛내고자 김부식은 그 반대 저쪽에다가 궁예와 견훤을 배치했다. 현좌賢佐이고 충신忠臣이며 양장良將이요 용졸勇卒인 김유신은 김부식, 혹은 김부식 시대가 그린 이상적 인간상의 표상이었으니, 그에 대비되어 궁예와 견훤은 임금과 국가를 배반한 역적의 수괴였다. 더구나 궁예는 애꾸눈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쌍릉 발굴현장. 사진은 본건과 직접 관련은 없음 



기자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 혹은 언론에 대한 극심한 불신과 혐오는 마침내 그 집단 혹은 그에 종사하는 자들을 마침내 '기뤠기'로 만들었다. 그런 기뤠기에 대비되어 진짜 언론인, 오직 팩트와 진실만을 위해 매진하는 영웅 같은 언론을 대중이 호명하니, JTBC와 손석희는 그런 욕망과 기대가 빚어낸 일루션이다.

고고학계가 요즘 다시 시끄럽다. 문화재청에서 매장문화재관련 법률 개정안을 의원 발의 형태로 발의했으니, 소위 고고학계로 지칭하는 집단 압도적 다수는 이를 개악이라며 반발한다. 이들의 반발은 요컨대 딱 한마디로 추릴 수 있다고 나는 보는데, 왜 모든 고고학도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느냐 하는 데 있다.

고고학도를 바라보는 시각, 작금 한국사회가 의사들과 병원은 다 도둑놈이라고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하등 다를 바 없고, 기자들을 향한 기뤠기라는 압도적인 시각과도 가을날 터럭만큼도 다르지 않다. 이 난국을 어찌 타개할 것인가?

고고학계가 의료계 혹은 언론계와 아주 다른 점은 거기엔 이국종도, 손석희도 없다는 점이다.

나는 고고학계도 그 개인이 어떠하건 이런 사람, 영웅이라고도 칭송할 만한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결론은 하나다. 답이 없다. 캄캄하다.

경산에서 잃어버린 왕국 압독국 왕 혹은 그에 비견하는 최고 권력자 무덤을 발굴해서 공개하면 뭐하는가? 풍납토성을 파면 뭐하는가? 몽촌토성을 파면 뭐하는가? 저놈들은 다 도둑놈이라 하는데....

누군가 그런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이렇다고.

"모든 국민은 범죄자로 태어났다."

(2017. 11. 25)

 
***

벌써 5년 전 글이라 당시 시대 맥락이 생각나지 않는 대목도 있다.

이국종 운운은 당시 이국종이 소속 아주대병원장과 갈등 구조를 빚은 일이 크게 문제가 되었으니 그걸 염두에 두었으며

매장법 관련은 무슨 안건이었는지 오락가락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의성은 있다 해서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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