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승천의 징표일까…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문양 의미는
박상현 / 2022-03-23 10:10:52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도록 발간…"주인 여성은 실질적 세력가"
삼국시대엔 왜 권력자들 주검에다가 금동신발을 신켰을까? 그 의문을 푸는 고리를 삼고자 한 의도가 바로 이 보고서가 기획한 그것 중 하나다. 그와 관련해 집필자 중 한 명인 성윤길이 저 보도에 첨부한 저런 주장을 들고 나왔으니, 저번 학술대회 발표문을 손질한 것인 듯하다.
저에서 성윤길은 저 나주 정촌고분 신발코에 승천하는 듯한 용을 상징한 것으로 간주하고서 그 전체의 맥락은 죽은 이의 승선昇仙 혹은 승천昇天의 의미로 해석했거니와, 그 자체에 대해서는 하등 내가 이론이 있을 수는 없다. 실은 저와 같은 주장은 내가 일찍이 제기한 것인 까닭이다.
저 신발이 출토되었을 적에도 그렇고 그것이 출토되기 전에도 그런 주장을 일관하게 했으니, 2003년인가 국립문화재연구소 기관지 문화재에 투고한 내 논문이 그랬으며, 나아가 그것을 확대한 모 대학 내 석사학위 논문 주제가 바로 승선이었으니, 그 일환으로 금동신발 또한 비중있게 논급했다.
저 금동신발은 저들 논문을 쓰고 난 뒤에 출현했으니, 비단 저것이 아니라 해도 같은 백제문화권 금동신발 출토품 중에서는 나주 복암리 금동신발이 특히 주목을 끌었으니, 이 금동신발을 신발 깔창 밖에다가 비늘 있는 물고기 몇 마리를 장식했던 것이니, 바로 그것이 금동신발이 지닌 근간의 의미가 승선임을 유감없이 확인해준다는 것이 내 요지였다.
물고기랑 승선은 어떤 관계인가?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이 물고기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것은 잉어였다. 그것을 자세히 설명하기엔 이 자리가 부족하거니와 그렇다면 왜 잉어인가?
도교신학에서 승선물昇仙物, 곧 결코 죽을 수 없은 영생의 삶을 획득한 최고 주체인 신선이 타고서 천상과 지상을 오가는 탈것 도구로 바로 잉어를 자주 애용한다.
잉어는 그 자체 신력神力을 지닌 요물로 간주되었으니 오죽하면 그것이 천년을 묵으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하나 잊은 점이 있다. 저 잉어를 장식했기에, 또 나아가 정촌고분의 그것에서 보듯 용머리를 장식했기에 저 의미가 승선 혹은 승천이라는 상징은 실상을 축소왜곡할 가능성이 다대하다.
왜인가? 금동신발에 무엇을 장식하건 금동신발 자체가 승선 도구인 까닭이다. 승선이란 무엇인가? 갈홍의 도교신학 교리학서인 포박자抱朴子가 설파하는 용어를 빌리자면 등선登仙이라고 하는데, 인간이 죽음의 경계를 넘어 최고 깨달음 경지인 신선에 이르는 과정 자체를 등선登仙이라 하거니와
신선이란 무엇인가 또 장황한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영생불사를 획득한 인간을 말한다. 물론 이에서도 등급이 있어 3등급 체계로 나뉘는데 포박자는 《선경仙经》이라는 지금은 자최를 감춘 도교경전을 인용해 이르기를 "上士举形昇虚,谓之天仙;中士游於名山,谓之地仙;下士先死后蜕,谓之尸解仙。"이라 했거니와, 간단히 말해 그네들이 상거하는 공간에 따라 가장 높은 경지로 하늘을 맘대로 날아다니는 이를 천선天仙이라 하며, 지상세계 명산을 노니는 이를 지선地仙이라 하며, 죽음과 더불어 육체의 경계를 벗어난 이를 시해선尸解仙이라 한다는 뜻이거니와
그 경지가 무엇이건 이들 신선이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는 도구가 바로 승선물이라, 그네들이 이용한 포르쉐를 말한다.
한데 저 시해선의 대표적 증좌가 지팡이와 신발이다. 이건 삼국유사에서도 두어 군데 보인다 기억하거니와 죽어 그 시신을 묻었다가 나중에 무슨 일로 그 무덤을 파보니 시신은 온데간데 없고 신발과 지팡이만 덜렁 남아있더라 하는 이야기가 있거니와, 이것이 바로 신발이 지닌 궁극의 의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지팡이는 휠이라 운전대다. 신발은 발통이며 타이어다.
어떤 이가 육체적 죽음을 맞이했지만 영원하는 삶을 획득한 신선, 곧 시해선이 되었으니 그 과정에서 바로 지팡이랑 신발은 인간이 신선의 경지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였던 것이다.
복암리 금동신발 깔창의 잉어, 정촌고분 앞코의 용이 승선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은 분명하지만,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점이 그 신발 자체가 승선도구라는 대목이다.
그것이 왜 금동인가 하는 의문이 돌발하겠거니와, 이건 또 다른 주제지만 그와 관련해서도 내가 여러 곳에서 싸지른 글이 있으므로 그걸로 대신하고자 한다.
***
자칫 용 자체가 그리 통용할 우려가 있어 나주문화재연구소가 나주 정촌고분 용코 금동신발 관련 자료를 냈기에 이참에 그것이 초래할지도 모르는 왜곡 혹은 곡해를 바로잡는다.
간단히 추리면 용을 장식한 까닭에 등선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금동신발 그 자체가 등선 그 자체다!!!
이는 반딧불과 번갯불의 차이다.
견주건대 이는 역전驛前이라는 말로 충분함에도 그 의미를 강화하고자 그에다가 굳이 앞이라는 말을 더 붙여 '역전앞'이라 한 것과 맥락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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