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동맹-연대를 확인하고자 할 때는 뭔가 상징물이 필요하겠다.
조선시대에 이런 목적으로 발명된 것이 기자묘였다 할 수 있다.
물론 기자묘 자체의 연원은 조선시대보다 훨씬 올라갈 가능성이 높지만, 기자묘 자체를 외교의 한축으로 적절히 이용한 것은 조선시대가 본격적일 터.
아시다시피 조선전기 중국에서 사신이 들어오면 평양을 지날 때 거의 예외없이 기자묘를 참배했다.
기자가 유교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중국사신이 들어올 때 평양에서 기자묘를 참배한다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
기자묘는 조선시대 내내 조선과 중국간의 문명국 간 연대의 상징과 같은 자리를 누리다 20세기 들어와 북한 정권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자묘를 없앴다는 것은 문화재 훼철로 볼수 있겠지만 그 행위 자체가 또 이전까지 수천년에 걸친 중국과의 문명적 연대를 종식한다는 퍼포먼스 같은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지금 한국과 미국간 관계에서 조선시대 기자묘에 해당하는 상징물이 바로 한국전 기념물 (Korean War Memorial)이다.
당초 한국전 자체가 미국에서 영 인기 없던 시절에는 워싱턴에 변변한 기념물 하나 없다가 1995년에야 비로소 완성된 것이었는데-.
기념물 헌정부터 30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매년 스토리가 더해지고 규모도 더 커지고 있다.
한미간 공식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 기념물은 항상 방문하여 돌아보는 디폴트가 되고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양국이 서로 필요해서 강고하게 유지되는 측면이 매우 큰데, 그럴수록 이 기념물은 앞으로 시간이 흘러갈 수록 마치 조선시대 기자묘처럼 그 무게를 더하게 될 것이라 본다.
P.S.1) 일본과 미국의 경우 동맹 기념식에서 항상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이 두 나라가 아직 한 번도 같은 편에서 전쟁을 치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Korean War Memorial이 대미외교에서 한국에 주는 메리트는 상당히 크다.
기자묘도 이를 유지하면서 얻는 부분이 중국보다 한국이 더 컸을 것이다.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년의 선택이 될지도 모르는 2023년의 선택 (1) | 2023.04.29 |
---|---|
야요이시대와 비파형동검 (0) | 2023.04.29 |
50-80년대를 긍정하라 (0) | 2023.04.26 |
해방이후 한국의 근대화 (0) | 2023.04.26 |
최근 학술논문 출판 동향에 대한 약간의 생각 (0) | 2023.04.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