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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기후변화, 액션 플랜이 중요하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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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액션 플랜이 중요하다

김태식



이번 장마 폭우 강풍에 또 한 분의 천연기념물이 이승을 하직하고 가셨다. 포천 관인면 초과리 오리나무. 경기일보 이종현기자



돌이켜 보니 2024년 상반기는 불다운 불, 산불다운 산불 없이 지나간 희유稀有한 해로 기록되어 마땅할 듯싶다.

물론 내가 놓친 소식이 없지는 않겠지만, 특히 동해안이 이렇다 할 산불 참사 없이 해를 넘겼다.

그렇다 해서 내년에도 이러하리라는 법 없다.  

왜 산불이 없었는가? 우리가 대비를 잘했기에? 국민 홍보가 잘 되어 논두렁도 다시는 태우지 않게 되고 언제나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산객이 버린 담뱃불이 없었기에? 

간단하다. 그만큼 비가 자주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상 기후는 인류 탄생 이래, 아니 지구 탄생 이래 변화가 무쌍하기만 하다. 

이런 변화무쌍, 곧 예측 가능성을 배제하는 이런 양상을 흔히 요즘은 ‘기후변화’라 하지만, 이 말만 해도 시계추를 10년 전까지만 돌려도 ‘이상기후’와 같은 이름으로 불렀다고 기억하거니와, 돌이켜 보면 이상기후 아니었던 때가 없다.

그 ‘이상異常’이라는 말도 뜯어보면 실제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일정기간 각종 수치를 ‘평균’한 값에 비춘 ‘비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더워야 하고 겨울이면 추워야 한다지만, 과연 얼마만큼 덮고 얼마만큼 추워야 정상인 여름과 겨울이란 말인가?

기후변화는 실은 일상이다. 
 

작년 폭우에 날아갈 뻔한 예천 초간정. 어찌해야 하는가? 최소한 물길은 다른 데로 일부는 돌려야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한가롭게 흘러가는 물을 감상한단 말인가?



그렇다 해서 그런 평균치와 비교한 ‘이상’이 아주 의미가 없는가? 그 원인을 두고 탄소배출 때문이니 뭐니 말이 많기는 하다만, 전반으로 보아, 무엇보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치를 배신하는 기후변화 움직임은 뚜렷하다.

당장 올해만 봐도 언제나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동해안을 중심으로 시시각각 전해졌을 산불 소식이 없지 않았는가?

그에 견주어 요새 장마는 장마 같지도 않으니, 그렇다 해서 올해 장마도 마른장마거나 그에 가깝게 될 것이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바람에 부대끼는 갈대보다 변화가 무쌍한 것이 기후 기상이다. 사회 각 부문에서 이제는 말 자체가 식상할 정도인 기후변화라는 말이 화두가 된지는 오래다.

문화유산계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움직임이 포착된다.

하지만 소리가 요란하다 해서 그 대응이 적절한가는 별개 문제다. 혹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큰 게 아닌가?

이제는 대비가 아니라, 액션 플랜으로 가 있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만큼 이 문제가 대두한지는 오래인 까닭이다. 
 

2024년 장마에 붕괴한 광양 마로산성. 딱 봐라. 발굴하고 복원한 부분이다. 왜 손댄단 말인가?



사방공사 혹은 산림녹화가 상징하는 인위가 짙게 반영되기는 했지만, 또 의도하지 않은 생활패턴 변화가 부른 현상이라는 측면이 강하기는 하지만 기후변화와 맞물려 한반도 생태환경 역시 급속한 변화를 맞았으니 개중 하나가 전국토의 밀림화다.

이 밀림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쉬 가늠은 못하겠지만 단 하나는 분명하다. 밀림은 단군조선 이래 최극성을 구가한다. 내 고향만 해도 천지사방이 온통 밀림이다. 

이런 밀림화가 고건축을 비롯한 일부 문화유산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니 수백 년 견딘 유산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태세다.

이미 그래서 낙산사가 한순간에 화마에 날아갔고 최근만 해도 안동 산불에 병산서원 만대루가 날아갈 뻔하고 홍성 산불엔 오백년 견딘 금당이 잿더미로 변할 뻔했다.

그에 대한 대비는 어떠한가? 언제까지 스프링클러 설치하네 마네, 유사시 대비해서 소방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구축하네 마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는가? 나는 회의적이다.

저와 같은 산불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자꾸만 그 옛날 마징가제트인가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이 마징가 제트는 평소에는 지하 격납고 같은 데서 있다가 뿅 하고 나타나 악당을 쳐부순다.

그 역발상으로 이런 대규모 산불마다 저와 같은 고건축 현장은 뿅 하고 지하로 숨을 수는 없는가?

그게 아니라면 아예 나는 저런 산불 사태에는 건물 전체를 몽땅 물에 담가버리거나 전체를 몽땅 들어 안전한 곳으로 임시 대피케 해야 한다고 본다.
 

2020년 붕괴한 온달산성. 역시나 발굴하고 복원한 데다.



그것이 여의치 아니하면 아예 임시 해체하는 방식도 있다.

왜 못하는가? 안 할 뿐이다. 이태 전 집중호우가 일으킨 거센 물길이 유서 깊은 경북 누정 초간정을 들이치는 장면을 영상과 각종 사진을 통해 목도하면서 이런 생각을 나는 더욱 굳히게 되었다.

초간정이 위험하면 일단 전체를 옮기든가,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해체해서 건축 부재들을 탈출케 해야 한다. 

지금 온 국토는 발굴하지 못해 환장한 모습이다. 너도나도 지자체가 앞장서서 국가지정 문화유산 만들겠다 해서 그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산성과 무덤을 파제낀다.

하지만 이는 땅의 안정화 상태를 심각히 위협한다. 발굴은 그에 대한 배반이며 충격이다.

산성이나 무덤으로 언제나 집중호우 때 이변을 보고하는 데는 실상 발굴 손때를 탄 곳이다. 요새와 같은 기후변화 시대에 산성 발굴은 그 자체가 재앙이다. 

나아가 이 재앙과 같은 산성 발굴 무덤 발굴을 다름 아닌 정부 당국이 부채질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그 지정에 앞서 그 근거를 대라 요구하니 결국 그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파제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지정 시스템도 기후변화시대에는 혁파하고 개정해야 한다. 

우리한테는 시간이 없다. 기후변화 대응책이라며 외국 지침서 외국사례 연구 다 좋으나 우리가 궁극으로 디디고 선 데는 지금 이곳이다.

이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다는 절박으로 우리 스스로를 포박할 때다.

한가롭게 무엇을 사적 국보로 지정할 것이냐 하는 전근대 신선놀음으로 날을 새겠는가?

지금은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하나마다한 말을 되풀이하며 두 주먹 불끈 쥐고 정신을 무장할 때가 아니라 곳곳에서 신음하는 그들을 구출하는 특공작전을 펼칠 때다.  

 
*** 국가유산수리협회 기관지 《문화유산 담》 VOL.8[2024 여름호] 기고문이다. 

관련 사진과 설명은 원문에는 없다. 전재하면서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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