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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김치가 묵으면 찌게가 되지만 원고는 쓰레기가 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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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원고를 꺼냈다. 여러 차례 이사와 잦은 컴터 교체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새 여러 사정이 변했다. 그에 등장한 생존인물 일부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현재형이 과거형으로 변한 곳은 부지기에 이른다. 고치려니 한도끝도 없다.

더구나 그새 얼마나 많은 신진 연구가 쏟아져 나왔던가?

적당히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

내 생각도 변한 곳이 많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2015. 12.3)


***






원고도 원고 나름이겠지만 저에서 말하는 묵힌 원고는 그 이듬해 도서출판 메디치미디어에서 《직설 무령왕릉》이란 이름으로 나온 단행본 원고를 말한다.

이 책은 크게 발굴기와 무령왕릉 자체에 대한 탐구 두 편으로 구성되는데 둘 다 15년이 지나다 보니 문제가 심각해졌다.

먼저 발굴기의 경우 그 상당 부문이 인터뷰에 의지하는데 무엇보다 그 초고를 망실했고 인터뷰이 절반이 이미 고인이 되었다.

2부의 경우는 이후 연구성과가 문제였다. 그새 무지막지한 연구가 나와 그걸 일일이 찾아 반영하기가 고통 그 자체였다.

그래도 키워드 하나로 그런대로 구색은 맞추었으나 아마 꼭 언급은 해야했으나 빠진 대목이 적지 않으리라 본다.




꼭 이런 일이 아니라 해도 나는 박사논문은 바로 출판하라 권유한다. 어차피 손본다 해야 바뀌는 것도 없다.

《직설 무령왕릉》의 경우 또 하나가 문제가 되었는데 내가 15년 전엔 미궁으로 남겨두거나 그때는 이리 본 것이 바뀐 대목이었다.

그 개고 과정을 나는 서너달만에 해치웠다. 그땐 해고 직후라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고는 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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