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현장인부의 문화유산상 수상에 부친다
어제 문화재청이 발표한 '2015년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 대상자' 중에는 대통령 표창 보존·관리 부문 수상자 최태환 반장이 포함됐다. 한데 그 어떤 기자도 최 반장의 수상 의미를 제대로 짚은 이가 없다.
문화재청이 발표한 그의 공식 직함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경주 월성발굴조사단 현장반장....현장반장은 현직 공무원이 아니다. 최 반장은 누구인가? 발굴인부다. 생평을 발굴현장에서 직접 삽과 곡갱이 호미로 땅을 파는 발굴인부다.
내 기억에 그가 이 분야에 발을 딛기는 1966년 경주 방내리 고분 발굴이다. 이후 이 분은 지금까지 생평을 발굴현장에서 발굴인부로 일한다.
최 반장은 경주관광개발계획 당시에는 4대 현장반장이었다. 두 분은 이미 타계하고 '용만반장'이라 일컫는 김용만 반장과 더불어 생존한 두 분 현장반장 중 한 분이다.
내가 일전에 나의 문화재기자 17년 생활을 총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용만 반장을 추천해 문화유산상을 받게 한 일을 들었다.
당시 최반장님 역시 같이 추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간절했다.
올해 초인가? 월성 발굴현장에서 다시금 최 반장을 뵈면서, 저 분이 다음번에는 문화유산상을 받았으면 했다. 그런 뜻을 경주연구소 직원들한테도 전달했다. 그랬더니 경주연구소 직원들도 "안 그래도 우리도 그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하겠다"고 했다. 이번 수상 추천은 아마 경주연구소 직원들이 했을 것이다.
최태환 반장이야말로 한국 고고학 발굴의 산증인이다. 이 분의 수상을 저리 취급해서는 안 된다. (2015. 12. 8)
***
저때 나는 해직 중이었다. 나아가 저와 같은 글에 당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도 있었다. 왜 경주에 계신 반장님들만이냐는 볼멘 소리도 있었고, 국립연구소라서 특혜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었다. 일견 타당하며 충분히 나올 만한 말이다.
다만 그렇다 해서 저 공로를 인정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요, 다른 데서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나는 이해한다.
'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납토성, 그때의 증언 두 컷 (0) | 2023.01.07 |
---|---|
나한테 굴욕을 안겨준 약사동 제방 유적 발굴 (0) | 2022.12.11 |
이태리 연수갔다 옥스퍼드대 고고학 박사로 나타난 김병모 (0) | 2022.12.07 |
김치가 묵으면 찌게가 되지만 원고는 쓰레기가 된다 (0) | 2022.12.03 |
2016년 중국 양주 해양실크로드 국제학술회의에서 팔아먹은 대각국사 의천 (0) | 2022.11.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