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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발굴 인부의 문화유산상 수상을 마주했을 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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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환 반장. 2005년 6월 경주에서 내가 촬영한 것이다.


발굴 현장인부의 문화유산상 수상에 부친다

어제 문화재청이 발표한 '2015년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 대상자' 중에는 대통령 표창 보존·관리 부문 수상자 최태환 반장이 포함됐다. 한데 그 어떤 기자도 최 반장의 수상 의미를 제대로 짚은 이가 없다.

문화재청이 발표한 그의 공식 직함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경주 월성발굴조사단 현장반장....현장반장은 현직 공무원이 아니다. 최 반장은 누구인가? 발굴인부다. 생평을 발굴현장에서 직접 삽과 곡갱이 호미로 땅을 파는 발굴인부다.

내 기억에 그가 이 분야에 발을 딛기는 1966년 경주 방내리 고분 발굴이다. 이후 이 분은 지금까지 생평을 발굴현장에서 발굴인부로 일한다.

최 반장은 경주관광개발계획 당시에는 4대 현장반장이었다. 두 분은 이미 타계하고 '용만반장'이라 일컫는 김용만 반장과 더불어 생존한 두 분 현장반장 중 한 분이다.

2005년 6월 경주에서 돼지껍데기 뜯으면서. 왼쪽부터 최태환 반장, 윤근일 당시 경주연구소장, 김용만 반장


내가 일전에 나의 문화재기자 17년 생활을 총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용만 반장을 추천해 문화유산상을 받게 한 일을 들었다.

당시 최반장님 역시 같이 추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간절했다.

올해 초인가? 월성 발굴현장에서 다시금 최 반장을 뵈면서, 저 분이 다음번에는 문화유산상을 받았으면 했다. 그런 뜻을 경주연구소 직원들한테도 전달했다. 그랬더니 경주연구소 직원들도 "안 그래도 우리도 그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하겠다"고 했다. 이번 수상 추천은 아마 경주연구소 직원들이 했을 것이다.

최태환 반장이야말로 한국 고고학 발굴의 산증인이다. 이 분의 수상을 저리 취급해서는 안 된다. (2015. 12. 8)


***


저때 나는 해직 중이었다. 나아가 저와 같은 글에 당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도 있었다. 왜 경주에 계신 반장님들만이냐는 볼멘 소리도 있었고, 국립연구소라서 특혜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었다. 일견 타당하며 충분히 나올 만한 말이다.

다만 그렇다 해서 저 공로를 인정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요, 다른 데서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나는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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