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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끌려간 학병과 생존을 선택한 조선지원병

by 초야잠필 2023.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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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 학병과 조선지원병제도가 있었다. 

이 둘은 얼핏 듣기에 비슷하여 자주 혼동하고 하는데 사실 이 두 제도는 아주 다르다. 

이 두 제도 중에 먼저 실시된 것은 조선지원병이었다. 

조선지원병에 지원할 자격은 처음에는 소학교 졸업이었다. 
 

조선인지원병제도가 실시될 것임을 예보한 조선일보 1938년 2월 23일자 보도



그런데 너무 지원자가 적었다. 애초에 조선땅에는 소학교 졸업자도 많지 않았던 탓일 게다. 

그래서 그 후 소학교 4년인가 3년인가로 지원 자격을 낮추었다. 

이 정도라면 글자를 간신히 읽는 정도라 군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사실 뻔했다. 

이 조선지원병제도에 나간 사람들은 그래서 장교가 없다. 

말단 사병을 전전하거나 좀 잘 풀린 사람들은 약간의 진급도 있었지만, 그래봐야 장교는 아니었다. 

이 조선지원병을 강제로 끌어갔냐 아니면 지원이냐하는 문제로 시끄럽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거나 그거나이다. 

지원을 했더라도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지원한 건 뻔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려다 보니 한 입이라도 덜려고 지원병에 지원한 것을 욕할 수 있을까. 

필자는 조선지원병의 대부분은 아마 그런 이유에서 지원한 사람들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병은 조선지원병과는 다르다. 

학병은 대전 말기, 일본이 장교요원을 충당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지원 자격은 전문학교 이상이었다. 

당시 조선땅에서 전문학교라고 하면 사실상 최고학부였다.
 

광복군 생환자 좌담회를 마련하고선 그것을 정리한 조선일보 1945년 12월 26일자 보도

 
 
제대로 된 대학이 거의 없는 조선땅에서 전문학교 재학생은 요즘으로 치면 박사학위자 이상이었다 할 것이다. 

요즘 가끔 보면, 학병도 끌려간것이 아니라 지원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장교로 입대할 기회를 잡기 위해 지원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 사람들은 대전 말기 육군 소위 임관시켜준다고 어이구 왠 떡이냐 하면서 지원하기에는 사회적 신분이 너무 높았다. 

학병은 대부분 억지로 끌려갔다고 나오는데, 아마 사실일 것이다. 

학병이 된 전문학교 졸업생 이상은 정상적이라면 사회에 진출하면 사회 최상부로 편입되어 들어갈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대전 말기 총알받이나 다름 없는 초급장교로 임관시킨다는데 기꺼이 따라 갈 리가 없다. 

그래서 이 학병에서는 탈주자가 많이 나왔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광복군에 합류했다. 

전쟁이 끝난 후, 해방이 되었다. 

조선지원병은 학병보다 훨씬 많은 수가 있었는데 이들은 거의 지원병이 되었던 사실을 감추고 살았다. 

찢어지게 가난해서였건 뭐건 간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때로는 자원해서 입대한 사실이 부끄러워였을 것이다. 

그렇게 대전 말기 거의 2만명에 달했다는 조선지원병은 변변한 수기 하나 남아 있지 않다. 

아니 수기를 남길래야 남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대부분 소학 4년 수료 정도의 간신히 글이나 읽는 수준이었을 테니. 

이에 반해 학병은 수기가 많다. 

그리고 학병은 해방 이후에도 당당했다. 일본군이긴 했지만 억지로 끌려간 것은 천하가 다 알았고, 또 상당수가 탈주하여 저항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해방 후 국군에 입대하여 창군 멤버가 되었다.  

아무튼 해방 이후-. 

조선지원병은 뭔가 잊혀지고 싶은 존재-. 드러나면 안 되는 존재가 되어 한국사회에서 완전히 잊혀졌고, 

학병은 일제 말의 폭정에 항거하는 상징 비스무리한 이미지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조선지원병은 소학교 졸업도 못한 가난한 집안의 자제들이요, 

학병은 전문학교 이상의, 당시로서는 일반인은 꿈도 못꿀 최고 엘리트 들이었다는 점이다. 

조선지원병-. 

이들이 입에 풀칠이나 하겠다고 지원해서 일본군 군문에 들어갔다면, 

당신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이들은 과연 친일파인가? 
 
*** Editor's Note *** 
 
필자가 말하는 지원병제도는 아래 국사편찬위원회 설명을 참고하라.
단, 이 잡다한 설명에는 헛소리가 하도 많아 버릴 것이로대, 오직 통계수치만 보았으면 한다. 
 

교과서 용어해설 | 우리역사넷

[내용] 1937년 7월 중일 전쟁이 발발하기 한 달 전인 6월, 조선군사령부는 일본 육군의 지시를 받아 조선인에 대한 병력 동원 계획을 수립했다. 지원병 제도는 장기적으로는 징병제를 조선에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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