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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논에서 이제 나락 구경하긴 힘들다.
하지만 역사 거슬러 오르면 20년 전까지도 모든 논 구십구프로가 나락 농사를 지었다.
소출 혹은 소득이 가장 낮은 농산물 중 하나가 나락이다.
무엇이 변하게 했는가?
나는 시대가 그리 만들었다 본다.
나락을 심어야 했던 이유는 우선은 먹고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굶지 않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쌀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락 농살 지었다.
혹자는 나락 농사를 고집하는 농민들을 바보천치라 한다.
그들이 그걸 몰라 나락을 심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젠 논에다 나락을 심지 않는다.
등신인 줄 아는 까닭이다.
하다못해 산에서 고사리를 캐다 논에다 심기도 한다.
저 고사리 논은 내 엄마 소행이다.
엄마가 말한다.
"지금 누가 덩신맹키로 나락 농사 하노?"
그래서 농촌엔 쌀이 없다.
전부 사다 먹는다.
쌀농사는 호남과 여주 이천 김포로 보내버렸다.
(2016. 8. 28)
***
벼농사가 퇴출된 시점과 우리가 이른바 선진국으로 들어선 시점은 정확히 일치한다.
예서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냐는 것.
나는 이 점이 애매하다고 본다.
혹자는 우리가 벼농사를 버림으로써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하겠지만 나는 외려 선진국이 되면서 나락을 버렸다고 본다.
따라서 둘은 인과관계이기도 하면서 아니기도 하다고 본다.
그렇다 해서 벼농사가 투입 노동력 대비 가장 저효율인 농업이란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농자천하지대본은 이천년 한민족을 옥죈 가난의 굴레 그 직접 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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