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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난생 첫 해외 배낭여행의 설렘을 산산이 깬 느닷없는 복직 판결

by taeshik.kim 202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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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을 꿈꾸었더랬다

 
2017년 7월 10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희희낙락하는 중이었다.

울리는 휴대폰에 찍힌 이름을 보니 과거 회사 기조실장으로 있는 선배다.

순간 왔구나 싶었다. 무엇이? 하늘이 허여한 이 꿈같은 날도 ㅇ사침내 종언을 고하겠구나 하는 그런 불안의 엄습 말이다.

예상대로였다. 의례하는 인사 뒤에 블라블라, 대승적 결단에 따라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블라블라.

대승적 결단 운운에 나오는 웃음을 갠신히 참았으니 결론은 이랬다.

내일 소송 취하서를 대법원에 제출한다는 것이며 그러니 김부장이 준비되는 대로 곧 복직 절차 밟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기분 엿 같았다. 왜?

난 난생 처음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선 파리행 왕복 비행기, 것도 거금 투자해서 비즈니스로 끊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 달 일정이었고 내가 가기로 한 데가 프랑스 이태리 그리스, 그 어떤 데도 나는 가 본 적 없어 한창을 들뜬 상태였다.

왜 그런 데 있지 않은가? 남들은 다 가 봤는데 나만 못간 그런 곳 말이다. 저들이 나한테는 딱 그런 곳이었다. 루브르도 보고 콜로세움도 보며 파르테논도 나도 본다 기분 째지는 흥분이 감돌았으니 저 복직 통보는 자칫 그 꿈을 산산조각낼 판이었다.

그럴 순 없었다. 이러이러하니 난 유럽 다녀와서 돌아가겠다 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당시 재판 전개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면 1심과 2심에서 내가 완승하니, 저 공장 경영진에서는 지들 돈 안 들어간다 해서 대법원까지 끌고 갔으니, 질 것이 뻔한 싸움을 시간끌기 차원에서 계속하는 중이었다. 

한데 더 황당한 일이 그 다음날 있었다. 당연히 저와 같은 연락은 내 변호사한테도 전달했으니, 내 변호사도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날 아침 내 변호사한테서 느닷없이 전화가 왔다. 

“부장님, 방금 법원 판결 났어요.”

변호사도 황당한 표정이었다. 소송 취하 형태로 느긋하게 나 이겼다 복창하면서 아마도 이긴 데 따른 배당금을 노리고 있었을 그 변호사에 따르면, 조금 전에 대법원이 판결을 때리고 말았댄다. 모든 게 끝이었다. 2년을 지리하게 끈 소송전이 마침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결과로만 보면, 이쪽이 나로서는 훨씬 더 보기가 좋았다. 소송 취하 형태로 내가 복직했더라면, 그건 저들 말대로 대승적인 사장님 결단에 따른 은혜로운 일로 선전 축소될 우려가 컸지만, 판결 행태로는 내가 완판승을 하고, 나아가 그를 통해 이 해고가 부당했음을 나는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이 공지했다. 

《복귀합니다》
좀전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습니다.
심리불속행기각
간단히 말해 연합뉴스가 나 김태식을 부당해고했다는 겁니다.
많은 응원해주신 분들 힘입니다.
복귀시점은 지금 벌여놓은 일 정리가 끝나는 다음달 말쯤이 될 것입니다.

추신) 저 새끼 복귀하면 안된다 하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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