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探古의 일필휘지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그 답을 찾아서 (2) 안동권씨 시조 권행과 그 후손

by 버블티짱 2023. 6. 21.
반응형

1. <고려사高麗史> 세가와 지리지를 우선 살펴보자. 여기서 930년(고려 태조 13), 왕건과 견훤이 자웅을 겨뤘던 고창古昌 전투의 바로 다음 대목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경인 고창군古昌郡 성주城主 김선평金宣平을 대광大匡으로 삼고, 권행權行과 장길張吉을 대상大相으로 삼았다. - <고려사> 권1, 세가 1, 태조 13년 1월 

태조 13년(930)에 후백제왕後百濟王 견훤甄萱과 이 고을에서 전투를 벌여 패배시켰다. 고을 사람 김선평·권행權幸·장길이 태조를 도와 전공을 세웠으므로, 김선평을 대광으로, 권행과 장길을 각기 대상으로 임명하였으며, 군郡을 안동부安東府로 승격시켰다. - <고려사> 권57, 지리지 2, 경상도 안동부 연혁  

여기에 김선평, 권행, 장길이란 세 사람이 나온다. 이들은 고창, 곧 지금의 안동 지역에 살던 유력 인사였음에 분명하며, 뒷날 각각 신안동김씨, 안동권씨, 안동장씨의 시조로 우러름을 받들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두번째(이 숫자, 곧 순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로 등장하는 권행이다. 權行이라고도 하고 權幸이라고도 하는 이 인물이 바로 안동권씨가 내세우는 시조이기 때문이다. 
 

고려사 세가의 권행 등장 부분

 
그러나 <고려사>에서 확인되는 권행의 행적은 이게 전부이다(<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는 <고려사> 세가와 지리지의 내용을 섞은 듯한 내용인데, 여기서는 다닐 행行을 쓰고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나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도 고창 전투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권행은 등장하지 않는다.


2. 그는 논공행상의 결과로 대상大相을 받았다. 이는 936년(태조 18)을 전후하여 정비한 고려 관계官階 9품계 16등급 중 4품, 7등급에 해당한다. 

같은 자리에서 고창군 성주 김선평이 받은 대광大匡은 2품, 3등급에 해당한다. 권행이 상대적으로 '성주' 김선평에 비해 지방에서의 위상이 낮았거나 군공이 적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대상이 낮은 품계라는 것은 아니다. 고려 초 재상에 임명될 수 있는 한계를 대체로 그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지 않을까. 


3. 앞서 권행은 원래 김씨였는데 성을 하사받아 권씨가 되었다고 하였는데, 적어도 <고려사> 세가나 지리지에서는 그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 '권'이 성이었는지도 사실 아리송한 것이, 당시에는 성을 쓰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4. 고창 전투 이후 권행이 개경으로 올라가 관직생활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했다고 하더라도 이내 고향으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을 보면 권행의 묘가 안동부 서쪽 본파곡리本破谷里에 있다고 했다. 고려시대 관료들은 대개 죽어서 개경 인근에 묻히곤 했던 관행을 생각할 때, 이는 권행이 고려 중앙 정계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고 본다. 이는 권행 후손들의 행적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성화보>에 따르면 권행의 아들 권인행權仁幸은 낭중郎中을 지냈다고 한다. 이는 물론 중국 관직을 본뜬 것인데, 고려 초기의 낭중은 몇 품인지 분명치 않으나 고려 중기 문종文宗 때 정비된 관제로는 정5품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낭중’을 향직鄕職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성화보>에 권행의 손자와 현손은 호장정조戶長正朝, 증손은 우일품별장右一品別將, 5대손과 6대손은 호장동정戶長同正, 7대손은 호장, 8대손은 보승별장保勝別將 부호장副戶長 중윤中尹을 역임했다고 나온다. 이는 모두 고려시대 향리鄕吏들이 맡았던 자리이다. 권행의 후예들이 한동안, 한 150~200여년간은 대대로 안동 지역의 향리로 봉직하였음을 보여준다. 

개경으로 올라가 벼슬살이하는 안동권씨를 만나기 위해서는 12세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 previous article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그 답을 찾아서 (1)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그 답을 찾아서 (1)

평소 존경하는 블로그 주인장께서 이 내용을 한 번 정리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 권하셨다. 예전에 발표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쉽게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지금까지도 한국에서 알아주는

historylibrary.net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