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문화재 업계 전시로 인구에 회자한 것으로 국립경주박물관 한국고대 유리전과 국립고궁박물관 군사의례전,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세한도전을 꼽거니와 이 셋과 견주어 서울역사박물관 저 특별전이 독특한 점은 처절히 내러티브 전시기법을 도입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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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전시가 저러한 주제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첫째 돈을 쏟아부어 인위적인 불거리를 연출했고 둘째 그에 따라 ar이니 vr이니 실감형콘텐츠니 해서 영상연출에 주안점이 갔으며 셋째 한결같이 맥락이 단절됐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간단히 말해 저 셋은 주제 혹은 주인공을 부각하기 위해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다 예를 들 수는 없고 유리전만 보면 이게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맥락이 전연 없어 유리 아닌 것들은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서 오직 유리만을 빛내기 위해 유리만 뽑아다 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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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간단히 말해 출품량만 많지 장기적출하듯이 유리만 쏙 빼다가 그것만 나열하되 맥락이라 해서 문화권별 갈라치기만 했을 뿐이니 그리하여 이건 신라요 이건 백제요 이건 가야다 하는 명품코너를 진설한데 지나지 아니한다.
바로 이 점에서 저 서울역박 전시는 저와 같은 상투를 일거에 탈피했으니 철저한 맥락 중심이요 무엇보다 내러티브를 완벽히 구축한 전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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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별전은 주인공이 있다. 아마 잔반으로 추정되는 어떤 무인 가문을 내세워 그 대대로 전승하는 무인 가풍을 추적하면서 그 가문의 흥망성쇄를 얼개로 조선시대 무인이이 무엇이며 그네들이 구축한 도성 국방체계는 어떠하며 무엇보다 그네들 일상이 어떠했는지를 장대한 서사시로 정리한다.
요컨대 여타 전시가 시공간을 무시한 역사 판타지물이라면 이건 철저한 정통 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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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서 관건은 재미다. 정통사극은 재미없다는 통념을 일거에 붕파하니 그 험난한 봉급쟁이 생활을 버텨내고자 버둥한 군인집안의 눈물겨운 쟁투가 그 일례다.
이 전시를 시발로 한국문화재는 업그레이드했다. 이 방식은 당분간 이 업계 대세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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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내러티브 전시를 부르짖으면서도 마뜩한 대안을 생각할 수 없었는데 그것이 가능함을 이번 전시는 증명했다.
단언하거니와 이 전시는 근 십년래 최고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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