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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내러티브 전시, 그 전범으로서의 <한양을 지켜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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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문화재 업계 전시로 인구에 회자한 것으로 국립경주박물관 한국고대 유리전과 국립고궁박물관 군사의례전,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세한도전을 꼽거니와 이 셋과 견주어 서울역사박물관 저 특별전이 독특한 점은 처절히 내러티브 전시기법을 도입했다는 데 있다.


고궁박물관 군사의례전



여타 전시가 저러한 주제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첫째 돈을 쏟아부어 인위적인 불거리를 연출했고 둘째 그에 따라 ar이니 vr이니 실감형콘텐츠니 해서 영상연출에 주안점이 갔으며 셋째 한결같이 맥락이 단절됐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간단히 말해 저 셋은 주제 혹은 주인공을 부각하기 위해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다 예를 들 수는 없고 유리전만 보면 이게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맥락이 전연 없어 유리 아닌 것들은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서 오직 유리만을 빛내기 위해 유리만 뽑아다 놨을 뿐이다.


신참 군인들의 신고식



더 간단히 말해 출품량만 많지 장기적출하듯이 유리만 쏙 빼다가 그것만 나열하되 맥락이라 해서 문화권별 갈라치기만 했을 뿐이니 그리하여 이건 신라요 이건 백제요 이건 가야다 하는 명품코너를 진설한데 지나지 아니한다.

바로 이 점에서 저 서울역박 전시는 저와 같은 상투를 일거에 탈피했으니 철저한 맥락 중심이요 무엇보다 내러티브를 완벽히 구축한 전시라 하겠다.


쑤셔박은 전시



이 특별전은 주인공이 있다. 아마 잔반으로 추정되는 어떤 무인 가문을 내세워 그 대대로 전승하는 무인 가풍을 추적하면서 그 가문의 흥망성쇄를 얼개로 조선시대 무인이이 무엇이며 그네들이 구축한 도성 국방체계는 어떠하며 무엇보다 그네들 일상이 어떠했는지를 장대한 서사시로 정리한다.

요컨대 여타 전시가 시공간을 무시한 역사 판타지물이라면 이건 철저한 정통 사극이다.


숫자로 정리한 삼군부



이에서 관건은 재미다. 정통사극은 재미없다는 통념을 일거에 붕파하니 그 험난한 봉급쟁이 생활을 버텨내고자 버둥한 군인집안의 눈물겨운 쟁투가 그 일례다.

이 전시를 시발로 한국문화재는 업그레이드했다. 이 방식은 당분간 이 업계 대세로 갈 것이다.


무인 집안의 흥망성쇄



나 역시 내러티브 전시를 부르짖으면서도 마뜩한 대안을 생각할 수 없었는데 그것이 가능함을 이번 전시는 증명했다.

단언하거니와 이 전시는 근 십년래 최고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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