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퇴직이 주는 여파, 나한테 가해지는 압박

나랑 비슷한 연배에 처한 사람들은 거개 같거나 비슷한 고민이 있다.

나야 그걸 좀 빨리 끝내는 방향을 선택했지만, 또 나보다 일찍 현역에서 은퇴한 사람도 있지만, 현역에 있는 사람들은 고민이 똑같다.

어차피 끝나는 날이 초읽기에 들어간 마당에 무엇인가 퇴직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작동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딱 이것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그걸 자발로 선택해 끝내는 길을 선택한 나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 있겠는가? 일단 가고 보는 것이다.

이 나이에 무슨 모험을 하겠는가? 지극히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상한 분위기는 있다. 내 퇴직이 나랑 가까운 사람들한테는 묘한 여파를 미치는 그런 느낌? 그것이 위기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김충배 과장까지 비슷한 처지가 된 마당에, 우리 둘을 동시에 아는 사람들한테는 더 묘한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한다. 

아주 친한 어떤 지인은 나한테 이런 말을 한다. "김기자님이 어떤 방향을 잡느냐를 주변에서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좋은 보기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정말로 편하게 내려오는 길을 선택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 진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조금은 겁도 난다.

내가 무슨 이 연배 이 세대 대표주자는 아닐지언정, 호기롭게 퇴각한 내가 어떤 길을 개척하는지를 지켜보는 분도 없지는 않겠구나 생각하면 실은 골이 지끈지끈하다. 

기왕 이리된 마당에 뭔가 모범이 될 만한 그런 길을 갔으면 하는 생각도 간절하다.

남들 가는 길처럼 무슨 정해진 새로운 자리를 찾아 그만두는 것이라면, 무슨 새삼스러운 국면 전환이 있겠는가?

다만 나는 허울 뿐이기는 해도 자유인을 선언하고는 퇴직을 선택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

금전 압박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희망퇴직을 선택한 까닭에, 여타 대기업에 견주어서는 턱없는 수준이겠지만, 그런대로 목돈을 받아 나가니 그런 압박은 상대적으로 덜 하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편했는데, 저와 같은 지인 말을 들으니 내가 뭔가 모범을 보이기는 해야겠다 하는 압박이 스멀스멀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꿈과 희망을 줄까 하는 오지랖 넓은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