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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76)
창랑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다[滄浪觀魚]
송(宋) 소순흠(蘇舜欽) / 김영문 選譯評
찰랑찰랑 맑은 물결에
노는 물고기 보이는데
떴다 잠겼다 뒤쫓으며
깜찍하게 어울리네
안타깝다 이 내 몸은
물고기처럼 못 즐기고
세상에서 반 평생
헛된 짓이나 하고 있네
瑟瑟淸波見戱鱗, 浮沈追逐巧相親. 我嗟不及群魚樂, 虛作人間半世人.
KTX가 생기기 전까지는 대구에서 서울까지 3~4시간 걸렸다. 이제 KTX를 이용하면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된다. 이전에 비해 평균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생긴 셈이다. 그런데 두 시간의 여유는 어디로 갔는가? 이젠 기차 안에서 한가롭게 맥주 한 잔 즐길 여유조차 없다. 옛날에도 바쁜 일상이나 번잡한 공무에 지친 사람들은 늘 귀거래(歸去來)를 꿈꾸곤 했다.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물가로 나가 물고기를 구경하며 자연 속 활기와 자유를 부러워했다. 벌써 『좌전(左傳)』과 『장자(莊子)』에 “관어(觀魚)”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지만 2천년이 넘도록 상황은 그리 호전되지 못한 듯하다. 이 때문에 인간은 영원히 물고기보다 못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는 시간의 여유뿐 아니라 경제의 여유, 그리고 마음의 여유까지 갖춰야 그야말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헛된 짓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선거구호처럼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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