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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7)
봄밤[春夜]
[당(唐)] 우세남(虞世南)/ 김영문 選譯評
봄 동산에
달 배회하고
대나무 집
밤에도 열려 있네
놀란 새는
숲을 밀며 날아가고
바람에 꽃잎
물 건너 날아오네
春苑月裴回, 竹堂侵夜開. 驚鳥排林度, 風花隔水來. (2018.05.10.)
꼭 ‘향(香)’ 자를 써야만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드시 꽃을 보고서야 꽃향기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봄 달밤을 노래한 이 시가 그렇다. 시내 건너 달빛 비친 동산에서 먼저 날아온 건 꽃향기일 터이다. 꽃색과 달빛을 분간할 수 없는 희뿌윰한 천지간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초봄이라면 은은한 매화 향기가 정신을 맑게 할 것이고, 중춘이라면 고혹적인 라일락 향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 것이다. 지금 같은 5월 중순 늦봄에는 앞산 뒷산에서 퍼져오는 아카시 향기에 정신이 아득할 것이다.
꽃향기에 뒤이어 꽃잎이 펄펄 물을 건너 날아온다. 그것은 봄 달에 놀란 새가 숲을 밀칠 때 흐드러져 내린 꽃잎이다. 새는 달빛 아득한 숲 너머 허공으로 사라지고, 꽃잎은 향기를 따라 물 건너로 박두해온다. 자연의 오고감이 이와 같다. 우주의 인과(因果) 또한 이와 같다.
봄 달을 맞이하고, 향기를 맞이하고, 꽃잎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대나무집(竹堂) 문을 열어 놓는 것이 당연하다. 문을 열면 내 마음과 정신도 열린다. 열림은 소통이며 어울림이다. 아카시 향기 가득한 늦봄 저녁에 어여쁜 반달까지 떠올라 봄밤 향기를 더욱 짙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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