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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답사하다 쪄죽었다고, 문화재 홀라당주의의 비극적 종말

by 한량 taeshik.kim 2020. 6. 25.

 

이 넓은 원주땅 거돈사지에 나무 한 그루 없다. 여름날 답사해봐라. 쪄죽는다. 

 

법천사지 탐방 마치고.. 나왔슝~땡볕.. 끝내주게 더움.

그제 느닷없이 원주 법천사지 거돈사지를 댕겨오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떠난 지인이 이 오빠야한테 그날 오후가 되어 담양 땅에서 한창 죽순 채취 작업(실은 촬영)하는 이 오빠야한데 느닷없이 보낸 카톡 메시지다. 

내친 김에 대화록을 전재한다. 

[오빠야] ㅋㅋ 
[오빠야랑 대꾸하는 친구] 답사하다 쪄죽음  
[오빠야] [오후 3:02] 덮제  
[대꾸야] [오후 3:02] 더버여 타주거여  
[오빠야] [오후 3:03] 답사는 이런 때 해야 함  
[대꾸야] [오후 3:03] 대나무 숲 시원하니 좋져?  
[오빠야] [오후 3:04] 모기천국  
[대꾸야] [오후 3:04] 법천사지. 그늘도 하나 엄꼬 ㅠㅠ 쌍화차 못먹어서 아쉽네..용
[오빠야] [오후 3:06] ㅋㅋ 우리나라 유적지는 나무가 없단게 큰 약점 
[대꾸야] [오후 3:07] 문제요 

저 말을 남기고 오빠야를 외치면서 대꾸야는 법천사지 현장에서 열사병으로 죽고 말았다는 후문이 있다. 

 

2만평, 3만평을 헤아린다는 이 넓은 원주 법천사지. 보다시피 느티나무 두 그루만 달랑 남겼는데, 저건 보호수인 까닭에 손을 못대서 살려둔 거다. 

 

문화재 홀라당주의가 빚어내는 참극이다. 겨울은 겨울대로 바람 하나 피할 데가 없어 오돌오돌 떤다. 

이런 불평불만을 쏟아내면, 그리하여 땅 파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그에서 나름 보람을 찾는 이른바 고고학도들한테 욕을 되바가로 퍼부으면 그네들이 언제나 하는 말이라고는 

"우린 땅만 파지, 보수정비는 보수정비업자들 몫"이라는 밑도끝도 없는 말만 돌아온다. 

그런가?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

요새는 조금 변화한 기미는 없지는 않으나, 여전히 모든 발굴현장 보면 발굴한답시며 모조리 나무는 베어버린다. 측량, 실측에 방해된다고, 발굴조사에 방해된다고, 유구를 파괴했고 파괴한다는 이유로 깡그리 잡목 하나 남기지 않고 베어버린다. 

이미 평탄대지를 만든 마당에, 잡목 하나 없어진 마당에 무슨 정비업자들 탓을 한단 말인가?

부여 능산리사지. 보다시피 잡목 한 그루 없다. 쪄죽는다. 

 

나는 우리네 문화재 현장, 특히 발굴현장에 팽배한 이 잡목조차 깡그리 밀어버리기, 왁싱 일변도 정책을 문화재 홀라당주의 혹은 문화재 말살주의라 이름하거니와 

왜 이런 꼴이 벌어지는가?

철학이 부재한 까닭이다. 왜 고고학을 하는지, 고고학이란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에 대한 철학이 전연 부재한 까닭이다. 

이 한여름 이른바 발굴조사가 끝난 현장 가봐라! 어디를 봐도 나무 하나 없다. 의자 하나 없다. 이 뙤약볕을 피할 데가 없다. 그늘 하나 없다. 

한국 문화재 보수정비 현장으로서는 기록적일 만큼 잘되었다는 원주 거돈사지만 해도 1만평 헤아리는 그 넓은 땅에 오직 석축담당 한 귀퉁이 느티나무 고목 한그루만 남았을 뿐이다. 나무 대신 탑을 심었을 뿐이다. 

 

 

문화재 홀라당주의

무엇을 홀라당주의라 이름 하는가? 잔디잡풀주의의 다른 이름이라. 문화재 원형을 보여준다는 구실로 그에 방해가 되는 우수마발은 다 뽑아버림으로써 정작 현장에는 나무 한 그루 남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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