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적한 대학박물관 문제를 스스로 타개하고자 하는 노력이 박물관 업계 혹은 대학박물관계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실은 내 기억에 대략 15년전쯤으로 기억하는데, 그 어간에 이 문제가 심각히 대두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문화재 말고도 문체부도 담당하기도 했으니, 그때 기억이 또렷하다. 왜? 나 역시 그것을 위해 힘을 보태고자 했고, 무엇보다 당시 문체부에서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서는 교육부 쪽에다가 꾸준히 이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종합대학의 경우 그 설립 인가 조건에 박물관이 있어야 함을 규정하기는 했다가 그것이 어느 시점에 빠져버렸고, 이를 심각히 여긴 문체부와 박물관업계가 그 타개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으며, 당시 그에 대한 요청이 나한테도 들어왔다.
하지만 이 운동은 이내 흐지부지하고 말았다. 교육부가 요지부동이라는 벽에 부닥친 데다, 대학이 그것 말고도 오죽 문제가 많았는가? 거기다 박물관까지 끼워 넣으면 더 복잡해지는 까닭이었다고 기억한다.
앞서 나는 이 문제에서 고고학의 책임을 중점으로 거론했으니, 그 요지는 간단해서 발굴로 그 잘나가던 시절에 도대체 고고학이 저런 일을 제도화하지 않고 뭘 했느냐는 비판을 담았다. 이에는 물론 왜 고고학만 비판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덧붙여 대학박물관협회 또한 내가 지적한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전연 노력을 안했을 리는 없고 한때는 교육부와 국회를 들락거리기도 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2009년인가 당시 박물관협회장으로 선출된 한양대 배기동 선생이 집중으로 거론한 일도 있다.
다만 이 문제는 여러 문제가 복합으로 얽혀 있어 관장직이 보직 타이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간주되어 아무나 적당히 때가 되어 감투 하나 쓰는 기분으로 임명된 이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몇몇 대학박물관이 고군분투하는 것도 안다. 누구 말대로 그런 대학이야말로 '명문' 아니겠는가.
그것을 지탱하는 원인이 다른 술수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지탱하는 힘 자체를 나는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대표적인 데가 서울대의대 의학박물관이라, 이 박물관을 지탱케 하는 거대한 힘 중 하나가 세브란스와의 정통성 논쟁이다.
제중원 소유권을 둘러싼 이 해묵은 논쟁이야말로 이 대학 박물관을 지탱하는 거대한 원동력이다.
그에 맞서 세브란스 쪽에서도 의사학과를 별도로 만들고, 박물관을 만든다 난리를 친 적이 있는데, 근자에 그쪽 병원을 이용할 일이 있어 둘러봤더니, 그때의 기개는 온데간데 없더라.
혹 내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경쟁이야말로 박물관을 지탱케 하는 힘이며, 이를 통해, 다시 말해 박물관 존재를 통해 해당 대학은 명문이라는 데코레이션을 다는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대학 사회 역시, 대학박물관 역시 박터지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본다. 이 경쟁이 있어야 박물관은 성장하며, 그에서 대학박물관 역시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첫째 그 경쟁은 대학박물관끼리의 경쟁이어야 하며, 둘째, 다른 여타 박물관과의 경쟁이어야 한다. 이 경쟁이 없이 누이 좋고 매부 좋다 하는 품앗이야말로 박물관을 죽인 원흉이다.
박물관이 쇠퇴한 자리에 역사관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현상도 나는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그 역사관 또한 박물관 일종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종래의 박물관, 그러니깐 고고미술 중심 박물관이 쇠퇴하는 대신 다른 무기로 무장한 박물관 혹은 준박물관이 살아난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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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박물관을 살리려면 교육부랑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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