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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허울뿐인 군사부일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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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부君師父 순서를 잘 봐야 하는데, 임금을 맨앞에 세우고 아비를 꼬바리로 달았다.

저 순서는 저런 윤리를 강요한 자들의 심리구조를 엿보게 하는데 저런 나열에서 진짜 강조가 어디에 있는지는 문맥에 따라 다르니 영어의 경우 대체로 A, B and C라 할 때는 실은 C에 액센트를 둔다.

흔히 학교 문법에서 이야기하는 not only A, but also B에서 A는 논외로 치며 실상 B가 강조되는 어법이라 이것이 as well as로 가면 순서가 바뀜은 다 안다.

한국어도 사정이 비슷해 같은 말이라 해도 그냥 군사부 라 하면 가치 부여 순서가 군 사 부 순서가 되지만, 임금과 사부, 그리고 아버지라 할 때는 당근 빠따로 아버지 우선이다.

저것이 조폭계로 가서는 두사부 일체가 되어 임금 자리를 두목이 대체하지만

그것이 군사부건 두사부건, 실상 저 강상윤리는 강요한 윽박에 지나지 않아서 실상은 딴판이니 저런 언설이 나오는 법이다.

물론 저 강상윤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군사부를 범하는 일은 가장 무거운 형벌로 참수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군사부가 일체란 말인가? 택도 없는 소리라, 실생활에서 저들은 번번히 충돌했으니 그 충돌은 언제나 군과 사의 부에 대한 참패로 귀결하고 말았다.

군이 여타와 충돌하는 가장 흔한 지점은 실은 전쟁통이라, 전쟁이 터지면 임금 혹은 사부는 아랑곳없이 아비가 대표하는 가족 지킨다고 여념이 없었으니

왜 임란 병란과 같은 전쟁통에 아무 하는 일도 없이 임금 꽁무니만 쫄쫄 따라다닌 사람들, 如컨대 서애 류성룡 같은 이가 호종공신이며 하는 따위의 제일등 훈작을 받았겠는가?

누란의 위기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해서?

웃기는 소리다. 사와 부를 팽개치고 군을 따랐기 때문이지 기타 우수마발 공적은 필요없다.

그만큼 저 윤리를 실천하기란 여간 곤란하지 않았다.

전쟁통이 나면 제살길에 바빴다.

그래서 다들 가족 피신시키느라 정신이 없었지 임금은 아랑곳없어 몇몇 환관이나 궁녀, 혹은 이런 위기를 빌려 출세하거나 과오를 씻고자 하는 자만 득시걸할 뿐이었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부모상을 당하면 삼년휴직은 당연한 것이었으니 표해록으로 유명한 최부만 해도 간난 끝에 조선에 귀국해서는 즉각 고향으로 내려가 상주 노릇하지 않고서는 임금님 명령 팔아 남대문 밖에서 호의호식하며 회고록이나 집필하고 자빠졌다 해서 두고두고 씹힌 일은 군사부 일체의 실상을 폭로하는 일화다.

그렇다면 아비와 사부가 충돌할 때는 어떤가? 당연히 아비를 선택해야지 사부를 선택했다가는 부관참시를 면치 못한다.

지 아비 행장 써달라는 부탁에 지 아비 깠다고 스승 사부 관계를 청산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생결단하는 쟁투를 벌인 송시열과 윤증의 일화는 실은 저 강상의 윤리를 배신하는 코드로 해체해야 한다.

명재가 우암을 절연했다 해서 강상윤리를 위배했다고 욕한 사람은 없다. 그 배신은 그가 선택해야 한 몫이 아버지였기에 적어도 그 선택만은 누구도 비난하지 못한 것이다.

저 시대 우암과 사사건건 붙은 고산 윤선도도 저 허울뿐인 강상윤리에 두고두고 씹힌 케이스라 병란에 임금이 몽진하는 대난리에 지는 보길도 해남에 쳐박혀 호의호식했다는 이유였다.

실상 그가 임금을 호종하거나 해야할 직책이 주어진 것은 아니로대 그로선 이런 비난이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임란 병란 의병이란 것도 그 속내 파고들면 우국충정은 다 개소리요 실상은 저 비난에의 탈피 혹은 이를 기화삼은 출세지향주의자들의 목적에서 발로한 일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세평은 그들을 옥죄었다.

그렇다면 아비는 임금 사부에 견주어 제대접 받았는가?

웃기는 소리.

그때나 지금이나 아비는 아들한테 이중성 다중성이 있어 극복 타도의 대상이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다를 거 같은가?

아비가 줄 것이 많아야 아비지 개뿔도 없이 사사건건 참견하고 뜯어가는 아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뿐인가? 전쟁통에 지 애미 애비는 물론이요 본마누라 자식까지 버리고선 첩을 안고 도망친 놈 천지였던 게 임란이고 병란이다.

조물주는 하늘의 해는 하나밖에 허락하지 않았다. 늙고 힘 떨어지면 대권은 아들한테 이양하고 뒷방에 조용히 물러나거나 본채는 아들한테 넘겨주고 낙향해야 한다.

군사부는 그렇다면 일체가 아닌가?

천만에.

그들은 죽어야 눈물을 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삼위일체다.

나를 아무리 괴롭히고 핍박한 임금 사부 아비라 해도 일단 죽고 나서 추모하는 순간 눈물샘을 마농의 샘으로 만드는 존재가 바로 군과 사와 부다.


***





지금 머리맡 김용섭 선생 추모집이 있어 개중 한두 편 추가로 읽다가 격발해서 담배 한대 빨며 휴대폰으로 친다.

스승님 생각할 때 눈물 안 나온다는 제자 없다.

개중 절반은 편의상 하는 말이요 개중 절반은 진짜일 것이다.

왜? 사부는 그런 존재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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