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박물관은 간단히 말해 대학이 만든 박물관이다. 대학에 따라 있는 데가 있고 없는 데도 많으며, 추세를 보면 점점 세력을 잃어 문닫는 곳도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박물관이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발굴이 호황이던 시절, 요즘과 같은 민간 관련 전문법인체가 난립하기 이전, 그런 전문법인체도 없고, 그렇다고 국가가 그 모든 발굴을 독점하기 힘든 시절에는 호의호식한 데가 제법 많았다.
돈도 많이 벌었다. 서울대의 경우, 80년대인가는 외부 수주액이 공대를 앞질렀다던가 그 바로 뒤였다던가 하는 전설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랬던 대학박물관이 왜 죽을 쑤게 되었는가?
나는 그 가장 큰 원인으로 어정쩡한 소속을 든다.
대학박물관은 말할 것도 없이 대학 소속 기관이다. 그 대학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는 교육부다. 좁히면 그런 교육부 통제를 받는 대학본부다.
다시 말해 대학박물관을 살리고 싶다면 살려야 하는 주체는 교육부와 대학 본부다. 이걸 망각하면 안 된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대학박물관 직제는 있으나마나 그 관장은 해당 대학에서는 가장 하등한 보직 중의 하나로 분류되는 일이 허다하며, 총장이 주재하는 보직 간부 회의 참석 자격조차 없는 데가 대부분이라고 들었다.
교육부에서는 버린 이 대학박물관을 그나마 명맥이라고 지탱케 하는 데가 문화체육부랑 문화재청이다. 특히 문체부는 그네가 주관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약칭 박물관미술관법)에 따라, 박물관을 국립 공립 사립 대학 네 개 범주로 나누어 쥐꼬리 만한 지원 진흥책을 한다.
이것도 직접 수행이 아니라, 한국박물관협회(한박협)인가 하는 데를 통한 간접 지원이며, 그 한박협에는 대학박물관협회라는 데가 있어 얼마전까지 한양대 안신원이 해먹더니, 지금은 서울대박물관장 권오영한테 갔대는데, 암튼 한박협을 거쳐 이런 대박협 같은 데를 통해 이런저런 소소한 지원 진흥책을 해주는 것이 전부다.
또 문화재청은 문화재청대로, 뭐 말도 안 되는 미정리 유물 정리를 앞세워 그 명목으로 박물관 유물을 정리한다는 구실로 중지원을 하는 이상한 지원책을 실시한다. (이거 분명히 다시 말하는데 이중지원 맞다!!! 옛날 보고서 발간 비용 교수들이 다 떼먹었다.)
문제는 저 박미법이 대학박물관 근거 자체를 규정한 법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대학은 박물관을 두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을 담지는 않았다는 점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저 박미법은 그냥 지금 있는 박물관, 혹은 새로 생겨날 박물관을 그네들 기준에 따라 저 네 가지 중 하나로 분류할 뿐이며, 그에 따른 지원책을 규정했을 뿐이다.
이것이 대학박물관의 근본적인 한계다.
존재 기반 자체를 규정해야 하는 법률은 그러한 대학을 손아귀에 넣고 흔드는 교육부 몫이지 결코 문체부나 문화재청 몫이 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렇게 교육부가 만들어 놓은 법률에 기대어 지원 진흥을 할 뿐이다.
이것이 대학박물관이 처한 가장 큰 문제다.
이는 유사한 문화시설로 흔히 비교되는 도서관과 비교할 때 박물관이 얼마나 처참한 처지인지를 단박에 안다.
교육 관련 법률 중에는 대학도서관진흥법(대학도서관법)이라는 법률이 따로 있다. 이 법률은 당장 제1조(목적)에서 규정하기를 "이 법은 대학도서관의 설립·운영·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대학도서관의 진흥을 통하여 대학의 교육 및 연구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서 이것이 실상 강제조항으로 작동한다.
뭐 딴 조문 볼 필요도 없다. 저 목적에 合하고자 하기 위해선 모든 대학은 도서관을 강제로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심지어 그 제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서는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대학도서관의 진흥과 지식정보격차 해소를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대학도서관의 진흥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해서 아예 중앙정부 혹은 지자체의 강제 지원까지 규정한다.
반면 박물관은 그 어떤 저런 존재를 규정하는 강제법이 없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없어도 되고, 돈도 안 되니 미쳤다고 대학이 박물관을 운영하겠는가?
그 정확한 시점은 내가 관련 서류를 검토해 봐야 할 텐데, 한때 박물관은 종합대학 인가 기준 중 하나였다. 다시 말해 박물관을 모름지기 갖추어야 종합대학 설립인가가 났다. 하지만 이것이 어느 시점인가 슬그머니 빠지고 나서 망조의 길을 걸었다.
그렇다 해서 이 박물관으로 그간 호의호식한 사람들이 그런 변화를 온몸으로 막으려 한 흔적도 그 어디에도 없다. 당시 지들을 잘 먹고 잘 살았기 때문이지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없애서는 안 된다고 온몸으로 저항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특히 고고학 발굴로 먹고 산 그 어떤 고고학 교수도 안 된다 저항한 사람이 없다!!!
현재 대학박물관 처지를 냉혹히 평가하자면 교육부가 씹다버린 껌을 문체부랑 문화재청이 주어 도로 씹는 꼴이다.
이 대학박물관은 그 성립 기반을 보면 절대다수가 고고학 기반이다. 발굴로 잘 먹고 잘 살던 시절에 만든 것이다. 개중 일부는 민속학 자료니 해서 기증품을 대상으로 하거나, 혹은 이화여대나 성신여대처럼 자연사박물관도 극히 일부에서는 존재한다.
따라서 대학박물관이 현재에 이른 절대적인 책임은 고고학 종사자들한테 있다.
문제는 그렇게 책임져야 할 고고학교수들과 현재의 상처를 씹고 살아가야 하는 고고학교수들이 세대가 다르다는 점에 있다.
현재의 교수들은 거개 그렇게 고고학이 발굴로 한창 잘 나가던 시절, 거의가 그 절대 군주들인 퇴임한 노땅 교수들을 위해 무임봉사한 사람들이다.
물론 그런 무임봉사 대가로 교수 자리가 주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지들은 잘 먹고 잘 살다 우린 이게 뭔가 하는 책임은 고스란히 그네들이 져야 하니 그네들로서도 얼마나 답답하기는 하겠는가?
그렇다고 그네들의 문제는 없는가?
왜 그 책임을 국민 일반한테 전가하며 정부 탓을 하는가?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최우선 타킷은 바로 그들이 모신 호의호식한 선생들이다. 지금은 퇴임하고 없는 그 선생들을 성토해야 한다.
왜 그들을 성토해야 하는가?
그 성토에서 성찰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성토에서 현재에 이른 과거사 책임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과거사 반성 혹은 그에 대한 책임 묻기 없는 정부 당국 탓 타령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소이가 이에서 말미암는다.
그러한 성찰과 그에 기반한 자기 반성, 그에 따른 "우리가 잘못했다"는 고백이 대학박물관을 살리는 첫 번째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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