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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데카메론 vs 페스트, 전염병을 대하는 두 가지 방식

by taeshik.kim 2020.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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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아닌가? 

 

 

이번 코로나19 보건사태에 많은 이가 《페스트》를 소환했지만, 나는 《데카메론》을 선택했다. 그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비롯한 사람들한테는 물론이려니와, 이른바 책임있음을 실천하거나 그것으로 포장하려는 사람들한테는 전자가 절박할 테고, 그에서 회피하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낭만을 추구하며 개떡 철학을 쓰려는 사람들한테는 후자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두 가지 극단의 길에서 유의할 점은 후자는 언제나 비난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니, 그래 물경 10만명이나 되는 피렌체 시민이 흑사병에 몰살하는 그런 참상에 코를 막고는 그런 전염병 확산 우려가 상대적으로 훨씬 덜한 곳을 찾아 벤또 싸들고 들어가 열흘이나 되는 시간을 이바구 꽃을 피우면서 주지육림에 빠지는 일이 페스트의 길을 선택하고는 불굴의 투지로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한테는 얼마나 맥빠지는 일이겠는가?

 

 

 

佛 유명작가들 코로나19 피해 시골로…피란기 연재에 비판일어 | 연합뉴스

佛 유명작가들 코로나19 피해 시골로…피란기 연재에 비판일어, 김용래기자, 국제뉴스 (송고시간 2020-04-07 06:00)

www.yna.co.kr

 

불란서에서 데카메론의 길을 걸은 작가들이 왜 페스트의 길을 걷지 않냐는 이른바 여론에 뭇매가 터지는 모양이다. 우리 공장 파리 특파 용래공 전언에 의하건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lockdow에 '적극 부응'해 한적한 별장에서 이 사태를 관망하며 고비가 지나길 바라며 한가롭게 피난기를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는 작가 두 명이 열라 터진다는 것인데, 그 도마에 오른 대표적인 이가 레일라 슬리마니(38)와 마리 다리외세크(51)라 하거니와, 

 

그 자세한 내역이야 저를 참조하되, 암튼 그래도 읽지 않은 이가 많을 것이로대 간단히 요약하면 《달콤한 노래》로 2016년 공쿠르상을 받은 슬리마니는 이미 지난 13일 냅다 별장으로 튀어 더덕 캐묵고 지내면서 일간 《르 몽드》 온라인판과 종이신문에 《격리일기Journal du confinement》를 연재하고(그건 그렇고 뭔 작가가 저리 뽀사시해?) 

 

 

《페스트》 주연들. 환자 싣고 달리는 프랑스 의료진

 

 

2013년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로 메디치상을 수상한 다른 인기작가 마리 다리외세크 또한 주간지 《르푸앙》 기고문을 통해 lockdown 시행 직전 냅다 고향 바스크로 향해 튀어 그곳에서 생활하게 낸 피란 이야기를 기고했거니와, 그에서 이르기를 "파리 번호판을 단 차를 갖고 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돼 차고에 있던 낡은 차를 꺼냈다"고 속내 고백했으니 

 

뭐 단군조선 이래 이런 행태가 무에 유별나리오? 

 

본래 휴머니즘은 있는 놈들 주둥이와 머리가 발명한 것이지, 결코 현장에서 자발하는 철학이 아니다. 왜? 매일매일 사투가 벌어지는 전장터가 생산하는 것은 주검과 피가 있을 뿐이지, 그에서 무슨 인간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사랑하라 하는 개떡 철학이 벌어지겠는가? 

 

이번 보건사태에서 우리네도 물론이려니와 저짝 현장 곳곳에서도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어느 저명한 정치지도자는 이번 대전을 3차 세계대전에 비유한 모양이라 그만큼 절박하거니와, 그 오롯한 쟁투의 열매를 누가 차지하는지를 봐도 분명하거니와, 짐짓 아가리로는 그네들을 칭송하며 갖은 개떡 철학 쏟아내며 이번 사태가 격리를 강화하니, 그래서 졸라 우려스럽다느니 하는 개똥 철학을 써제끼는 이들은 실은 저와 같은 피란한 족속이라 

 

우리는 또 그네들 개떡 철학에 환호하기도 하거니와, 정작 사투하는 이는 따로 있는데 그 열매가 오롯이 나의 힘이요, 정부의 힘이라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거니와, 

 

말하노니 

 

이 시대에 누구나 주둥이로는 그 불멸하는 인간정신의 위대한 승리 《페스트》 를 칭송하나, 그네들이 시종하고 일관해서 선 자리는 실은 《데카메론》 이라고 말이다. 내가 전자를 뛰어넘어 후자로 향한 이유다. 

 

****


많은 이가 페스트를 찬양하나, 실제로는 데카메론의 삶을 산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지식인의 이른바 각종 담론을 믿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지나가는 똥개를 믿는 편이 낫다.


진정한 투사는 현장에서 사투하는 사람들이다. 이마에 반창고를 붙인 저 간호사, 환자 싣고 달리는 저 프랑스 의료진이야말로 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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