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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도전과 응전으로만 점철한 한국사

by 초야잠필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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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인비는 인간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 (challenge and response) 의 이야기라고 했다던가. 

도전과 응전의 결과가 결국 그 문명의 생존이라고 본다면 한국의 역사는 어쨌건 성공적이다. 

청동기시대 이래 수천년의 문명사 동안 짧은 이민족 통치기를 제외하면 거의 본토인의 역사가 이어졌고 

21세기 들어서도 성공적으로 역사의 흐름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사가 도전과 응전의 기술이 지나치다는 점에 있다. 

한국사를 보면 주변 역사와 두드러진 차이는 역사기술의 뼈대가 이민족의 침략--격퇴--침략--격퇴의 끝없는 반복으로 점철된 듯 보인다. 

아마 비슷한 역사라면 베트남사 정도가 될 텐데 이 두 나라 역사는 외세침략과 격퇴를 빼고 나면 사실상 역사서를 탈탈 털어보면 그 외의 부문의 기술은 매우 부실하다시피한 공통점이 있다. 

물론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 사실이 그런데다가 그런 노력의 결과로 한국문명이 살아 남았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나름 옹호의 여지는 많겠지만, 

이렇게 외세의 도전과 격퇴에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할애하다 보니 역사서를 읽고 나서 책을 덮고 나면 민족주의 과잉이 된다는 부분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실제로 한국사 일차사료 텍스트를 보면 한국인의 관심사는 외세격퇴에만 있지 않았다. 

당대에도 다양한 관심사가 있었고 세계사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한 조상들의 집요한 노력도 있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기술은 매우 피상적이거나 단절적으로 훑고 지나다 보니 머릿 속에는 외세침략과 저항의 역사만 소복히 머리에 남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사를 배운 사람들, 조선중-후기 이후의 역사는, 

임진왜란-정묘호란-병자호란-병인양요-신미양요-개항과 일본의 침략-식민지시대로 이어지는 것이 사실 아닌가? 

그 사이에 수많은 한국 문명사의 전개가 존재했을 텐데 거의 형해화 하여 사람들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한국 교과서 기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하는 역사 서술의 철학의 문제부터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게다. 


기마인물상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가 가능할텐데, 신라시대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삼국통일 전쟁과 나당전쟁이다. 역사서술이 이렇게 전쟁사 대외항쟁사에 편중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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