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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도조신道祖神, 길목을 정좌한 투어가이드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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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코딱지만한 지방도시로 전락했지만 나라奈良는 한때 왜국倭國의 최중심이라 그 시대 왜국은 왜 라는 국호를 버리고 일본日本이라 했으니 그 맥락은 조선의 그것과 꼭 같아 스스로를 동쪽으로 인식한 명명이었다.

한때 번성한 흔적은 거리 곳곳에 남았으니 저런 골목길 보나마나 파 보면 나라시대의 그것이라 이는 서울 사대문 안 골목이 조선시대 그것이며 멀리는 경주 황복사지 일대를 팠더니 지금의 논두렁과 농로가 실상 신라시대 천오백년전의 그 도시구획임과 똑같은 현상에 비견한다.

이 나라시대 형적이었을 골목길 네 갈림길 길목에 도조신道祖神이란 간판을 내건 작은 신사 하나가 있다.




그 유래가 어찌될지는 알 수 없으나 녹록치는 아니할 것으로 본다.

위선 그 위치로 보면 있어야 할 딱 그 지점이다.

이 도조신은 흔히 말하기로는 여행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이라 하지만 꺼풀데기만 신이라 해서 거창한 이름을 뒤집어 썼을 뿐 실상 투어가이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옛날엔 객사客死가 그리 많았으니 또 그것이 아니래도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 상가 개 신세되기 일쑤라 그때나 지금이나 여행의 곤욕을 줄이는 지름길은 많은 돈 오직 그것이 있을 뿐이다.

길 떠날 때, 또 복귀할 때 당신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표식하는 데다.




도조신 설명을 듣더니 동행한 신창수 선생이 가만 있을 순 없다며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더니 일본 동전 하나 꺼내 헌납하고선 례를 표한다.

올해 만 칠순을 맞은 큰형님 마음씀씀이가 저렇다.

저 도조신은 느닷없이 한국역사학에서 부활한 적이 있는데 부여 능산리 절터 고추 목간이 발단이 되었다.

이 남근男根 목간엔 奉 머시기라는 글자를 후벼 팠으니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를 의심하던 차, 일본에서 와서 이를 실견한 그짝 목간학도 히리가와 미나미라는 할배가 이건 도조신이다 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좆대가리가 신으로 둔갑하는 순간이었고 일본이라면 환장하는 한국노 고대사학도, 특히 목간으로 정체한 세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던 역사학도들한테는 메시아 같은 울림을 주었더랬다.

이 도조신은 중국에선 아주 일찍 모습을 드러내 한대漢代에 이미 보이는 걸로 내가 기억하며 일찍이 내가 세설신어에 혹닉할 적에도 그걸 접하고는 보이는 족족 차기箚記까지 해둔 기억이 있으니 발표된 미나미 글을 보니 개중 일부가 있음을 보았다.

그때 나는 또 모노가타리에 빠질 때라 그에서도 저런 형적을 마주한 기억이 있다.

한반도엔 저런 흔적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문집류 글을 보면 그 흔적으로 볼 만한 것들이 없지 아니했다.

도조신? 별거 아니다.

관음보살 역시 그 활용 흔적을 보면 도조신의 오야붕 같은 존재라, 이 분은 여행 중에서도 마린투어에 최적화한 도조신이다.

역사는 폭넓게 봐야 한다. 좆대가리 목간 하나에 환호하는 짓거리는 레고 블럭이나 닌텐도 처음 접하고 흥분하는 어린아해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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