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얼마 뒤 문화부장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일 중 하나가 저 표현을 없애버린 것이었으니, 피치 못하게 저리 표현해야 하는 때를 빼고는 실명으로 다 밝힐 것을 요구했다.
저리 표현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언론계 특유의 자존심도 뺄 수 없다. 특정 언론이 다른 언론 보도를 인용한다는 그 쪽팔림을 가리고자 저 딴식으로 일부 언론에 따르면 같은 식으로 어물쩡하게 넘어갔으니 난 저 딴 표현 혹은 책임방기를 입사 이후 줄곧 경멸했다.
연합뉴스는 언제나 피해의식이 있다. 통신사라는 특성에서 그것이 생산하는 기사는 본질이 언론서비스인 까닭에 세상에서 가장 많은 베낌을 당하는 언론사가 통신사다.
그런 통신사가 언제나 가장 먼저 쓰겠는가? 언론계 용어를 빌리자면 물도 자주 먹는다. 우리는 남들 보도 따라가기도 하면서 그 출처를 구체로 밝히지 아니하고 저딴 식으로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덧붙여 다른 언론을 자주 인용할 때가 당장 그 보도 진위를 우리가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사안이 중요할 때다.
문화부에서 저런 일이 주로 연예계에서 흔했는데 오죽 연예 전문매체가 많은가?
저런 출처없는 간접인용은 당장 없애버리고 그런 보도를 한 언론매체를 실명으로 박으라고 일선기자들한테 요청했다.
내가 부장질한 2년간 우리 문화부에서 생산한 기사로 내가 송고키를 누른 기사 중 저런 표현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얼마 뒤 편집국 차원에서도 저런 지시가 내려왔다고 기억한다.
다만 관성이란 게 무서워서 여전히 구습을 답습하는 기사 양태가 요즘도 보일 때가 있어 나로선 몹시도 거슬린다.
인용은 철저해야 한다.
구체를 적시하지 아니하는 '일부 언론'은 표절이다.
***
저 인용이라는 전통에서 한국언론에서는 유별난 사대주의 정신이 투철함을 본다.
국내 언론 보도를 인용할 적에는 출처를 숨기기 급급한 자들이 외국 언론을 인용할 적에는 모름지기 그 출처를 확실히 밝힌다는 점이 기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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