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1호선 노선도가 소환하는 복사골 추억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11. 3.
반응형



내가 상경해 부천 송내 막내누님 집에 살기 시작한 86년 무렵 서울 전철 지하철 노선이 어찌 되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2호선은 확실히 있어 신촌에서 그거 타고 한 바쿠 뺑 돌아본 기억은 있으며 1호선은 서울 기점으로 인천과 수원 그리고 의정부 가는 노선만 꼴랑 있었다.

3호선이 그 무렵 개통 아닌가 하는데 암튼 지금 거미줄 방불하는 노선도에 견주면 단촐하기 짝이 없었다.

그 시절 저 구간 노선을 보면 역간 거리를 킬로미터 단위로 적어놓았으니 딴 건 다 까먹었지만 부천-역곡 구간이 3.4킬로였다는 기억만은 또렷하다.




이듬해 원미동으로 옮기니 타고 내리는 역이 송내에서 부천역으로 바뀌긴 했지만 신촌 기점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다만 부천-송내역 구간도 거리가 만만찮아 3키로가 넘었다.

촌놈이 신촌을 오가는 길은 오직 국철 쟈철이 있었을 뿐이니 부천 기점으로 보면 1호선 타다 신도림서 신촌 방면 2호선으로 갈아탔으니 지금도 그렇다는 말은 듣기는 했지만 그 시절 신도림역은 사람이 시루떡이라 하도 이용객이 많아 그야말로 객차로 사람을 쑤셔박았으니 요즘 같으면 성추행으로 고소당할 일 천지였다.




그 시절엔 신도림 구로 개봉 오류 역곡 부천 송내가 있을 뿐이었다. 이 구간은 역간 거리가 대개 멀어 3키로 이상이었으니 한데 대략 사십년이 흐른 지금에 보니 신기하게도 역이 하나씩 더 생겼으니 온수 소사 중동 부개가 그런 곳이다.

또 하나 저 중에서도 역곡에서 송내에 이르는 이른바 부천 구간은 선로 양쪽을 따라 온통 복사밭이었다. 부천 별칭이 복사골이라 복숭아 주산지였다.

그 시절 복사꽃 추억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온통 복사밭이었다는 기억만 생생하다.

그 복사밭이 상전 벽해를 일으켜 중동은 복사 대신 마천루 아파트가 빼곡빼곡하다.

덧대는 김에 송내서 부천시청 근처 원미동으로 옮긴 직후로 생각되는데 그때 마침 부천시청을 지나 화곡동 강서를 통과해 신촌 연세대 정문에 주차하는 588번 버스가 개통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이 버스가 생기고선 이 친구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신도림 시루떡이나 복사골 같은 추억은 없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