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도들은 증거를 입에 달고 다닌다. 비단 고고학도만이 아니라 거개 모든 학문종사자가 이 따우 말이 무슨 성전이냐 되는양 뇌까리고 다닌다.
이 고고학의 증거제일주의가 지닌 함정으로 흔히 거론하는 저명한 발굴이 1965년 부천 신앙촌 쓰레기장 발굴조사를 든다.
당시 김원룡이 자신이 봉직하던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학생들을 데불꼬 시도한 부천 신앙촌인가 현대 쓰레기장 발굴이었거니와, 조사 결과 고고학적 증거로 드러난 한국민의 식생활 양태는 라면이 주식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라면 봉다리만 잔뜩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다.
내가 이 따우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 함정이 실은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고문서...이거 각 집안마다 거의 다 뒤졌다.
거기서 나오는 책을 보고 조선시대 양반 혹은 식자층이 무엇을 읽었는가 하는 추론을 하면 좆된다.
집안 뒤져서 나오는 책이라고는 논어 맹자가 대표하는 사서삼경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그들이 남긴 글을 보아도 공자왈 맹자왈이다.
한데 사서삼경이 재미 없다는 거 그 친구들도 몰랐겠는가?
열심히 다른 책들을 읽어댔다. 포르노 소설은 말할 것도 없다. 삼국지연의도 말할 것도 없다.
이 친구들로 노자 장자를 읽지 않은 놈이 없다. 그 증거로 그네들 글을 보면 노자 장자에서 끌어다 댄 문구가 천지뻬까리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한데 조선시대 고문서 뭉치를 조사하다 보면 노자 장자 나오는 집구석이 없다.
고고학도들 역사학도들...입만 열면 이런 증거제일주의에 대한 함정을 누구나 얘기한다. 한데 막상 그네들이 쓴 글을 보면 증거제일주의다.
말로는 그것을 경계하라 해 놓고는 막상 쓴 글을 보면 전부 이 따우다. 언설과 현실이 따로 노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2015. 10. 19)
***
고고학도건 나발이건 피안의 세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물질 너머 저 세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걸 볼 줄 모르니 맨 토기 쪼가리나 붙잡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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