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에서 근대국가의 탄생은 孝에서 忠으로의 이동이다.
(2015.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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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 특히 유교윤리가 강고한 동아시아 세계에서는 수신修身 제가濟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주창했다.
예서 수신 제가 핵심이 孝 혹은 효제孝悌다. 이건 公과 私로 구분하면 철저히 私의 영역이다. 이른바 가족윤리다.
유교에선 孝를 앞세운 이 私를 公의 영역과 무단히도 일체화하고자 했다. 이 公의 영역을 받침하는 절대윤리가 忠 혹은 충성忠誠 혹은 信이었다.
그리하여 유교는 끊임없이 孝가 곧 忠임을 설파했다. 이것이 일체화하면 천하가 태평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아 언제나 파열음을 일으켰다. 특히 전쟁 같은 순간에 忠은 번번이 孝에 패배했다. 나 살자고 군주를 버리고 다 도망가 버렸다.
이 점을 냉혹히 갈파한 사람들이 상앙이며 한비자 같은 법가였고 유가 중에서는 이들과 가까운 순자였다. 이들은 인간성의 냉혹을 처절히 간파했다.
忠은 결코 강압없이 지탱할 수 없음을 알았기에 그 강압수단으로 신상필벌과 法 혹은 禮를 내세웠다. 순자의 경우 禮는 실상 法이었다.
근대국민국가는 철저히 忠을 앞세운다. 반면 孝는 철저히 프라이버시 영역에 가두면서 심하게는 오불관언하며 오직 忠만을 내면화하고자 한다. 이에서 비로소 충과 효는 완전분리를 이루게 된다.
예서 忠 또한 드라마틱한 변화를겪게 되는데 그 忠하는 대상은 군주로 통칭하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國으로 이동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대통령에 충성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적인 국민국가다. 내가 忠하는 대상은 오직 국가만 존재할 뿐이다.
한데 孝 또한 호락호락하게 죽지는 아니해서 철저한 私의 영역이어아 할 그것이 忠으로 포장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빠
다.
#충효忠孝 #공사公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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