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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어쩌다가 하게 된 기자질

by 한량 taeshik.kim 2020. 10. 21.

모르겠다.

남들이 볼 때 나는 문화재를 많이 아끼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설혹 내가 그렇다한들 이 역시 우연과 역사의 소산이다.
어쩌다 보니 기자생활하다 이 분야를 담당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일인 듯해서 공부도 좀 하고 현장본답시며 지금껏 싸돌아댕긴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다.

문화재에 대한 회의가 때로는, 혹은 주기발작적으로 매달 찾는 멘스처럼 나를 엄습한다.

문화재란 무엇인가 하는 근간의 문제는 고질처럼 나를 괴롭히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과연 바른 방향인가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런 고뇌가 때로는 허무 전반으로 발전하기도 하거니와 이 모든 일이 다 허무하게 보이기도 한다.




일전에 내가 살아보니 인생은 허무와의 쟁투라는 말을 썼는데 우스갯소리가 아니요 나로서는 심각한 회의다.

내가 틈만 나면 문화재 현장이랍시며 싸돌아 댕기는 까닭은 어쩌면 허무와의 쟁투일지도 모른다. 진짜로 허무해질까 하는 근원의 두려움 말이다.

그래도 황룡사지 너머 저 선도산 뒤로 낙조가 질 때는 그리도 허무하면서 그리도 무언가가 사무치도록 그립더라.

나는 그 절절한 그리움을 삶에의 욕망이요 절규라고 해석해본다.

(2015.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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