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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독설고고학] 황금 너머 황금을 본 사람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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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출토 신라 금관이다. 그래 이런 것들을 근거로 삼아 신라가 황금의 제국이었네 하는 말이 있다. 

황금에 혹닉한 문화권이 비단 신라 뿐이겠는가? 물론 이것도 역사를 통괄하면 예외는 없지 아니해서 부족에 따라 황금을 쳐다도 안 본 문화권이 있기는 하다. 

저 황금을 두고 우리네 고고학은 무엇을 어찌 다뤘던가?

저 금관만 해도 첫째 그 양태에 미쳐서 그 모양새를 죽죽 그리고는 出자형입네 하는 헛소리들 한참 지껄였고, 그 다음으로 그 전파 양상 혹은 기원이라는 측면에서 저 머나먼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지도 한 장 죽죽 그려놓고는 실크로드입네 하는 개사기를 쳤다. 

뭐 암튼 이딴 이야기들로 날을 새웠으니, 반세기 넘도록 이 짓을 했다. 

비단 황금이 저것 뿐이랴? 많다. 저 많은 황금을 보면서 내가 보는 한 다른 길을 간 사람, 다시 말해 황금 너머 황금을 보려 한 사람들로 내가 본 세 사람을 특기한다. 

첫째 이한상. 이 양반 집요하게 저쪽에 매달리는 전업 연구자임은 익히 알려졌거니와, 내가 이 양반 연구에서 놀란 점은 저 제작에 소비하는 황금이 어느 광산에서 어느 지역에서 나왔을까 무지막지하게 추적하는 모습을 봤으니,

그리하여 그가 조선총독부에서 나온 광물 조사보고서를 뒤지는 모습을 보고선 아, 그래 연구자라면 저 정도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 둔다. 

두번째 박홍국. 이 양반 논란이 좀 있는 연구자인데, 내가 높이 사는 대목은 그 집요한 실험 정신이다. 그는 신라 황금 재료가 사금임을 주장하며,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금도 차 트렁크에서는 사금을 채취하는 도구들을 싣고 다닌다. 그렇게 해서 건진 황금덩어리가 몇 개 있는데 개중 하나는 내가 틈을 봐서 강탈하려 한다.

나 역시 황금은 지금과 같은 광산에서 채굴한 것이 아니라 사금일 가능성이 많다고 내심 생각은 했거니와, 광산 운영?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무튼 그런 의문을 해결하는데 그의 실험정신은 나한테는 몹시도 격발한 바가 있다고 해 둔다. 

세번째 김태식. 그래 글쓰는 나다. 나는 저 황금을 약물로 치환했다. 다들 귀금속 재료로 삼는 저 황금을 약물로도 봐야 한다는 것을 내 기억으로는 아마 내가 처음으로 지적했을 것이다.

그것이 맞건 틀리건 나한테는 저딴 황금 공예품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왜 황금인가가 중요했을 뿐이며, 그것을 추적하다가 약물을 착안했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고고학은 유물 너머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고고학 출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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