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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돈을 못 벌게 하는 문화재 행정 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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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혹은 등록만 하고 껍띠 벗기고 잔디만 심어 놓고는 넋놓은 현장이 어디 한둘인가? 과감해야 한다.


 
"근대문화재 있잖아요. 이거 등록하면 파사드만 손대지 않으면 활용에 아무 문제 없어요. 그래서 등록문화재는 하시는 게 좋아요. 그래서 등록했죠? 그러고서 그거 수리한다고 국비 지방비가 들어갔어요. 한데 일반 국비 지방비 들어간 등록문화재는 내부를 손대려 했더니, 문화재청에서 문화재위원회서 현상변경 허가받으래요. 등록할 때는 파사드만 살리면 내부 활용은 문제없다 소유주 설득해 겨우 등록시켜 놨는데, 내가 뵐 낯이 없어요. 이러고서 무슨 문화재활용이에요?"

어느 기초자치단체 문화재팀장 이야기다.  

이어지는 이야기. 

"제가 학예직이지만 여성 쪽 부서 일도 하고 도서관 업무도 해 봤어요. 여성 부서로 가자마자 여성부에서 전화가 왔어요. 하는 말이 잘 부탁드린다. 그리고 굳은 일 있거든 언제건 우리한테 연락해라, 우리가 처리하겠다 하는 거에요. 도서관 쪽 부서에 가니깐 국립중앙도서관 담당자 분이 전화를 했어요. 하는 말이 학예직이시죠? 우리 사서들 부디 잘 부탁드려요 하는 거에요. 

제가 문화재 팀장이 됐어요. 문화재청? 연락도 없어요. 담당자가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이러니 우리 학예직이 스스로 문화재청 식구라는 생각을 하겠어요? 지자체 학예직? 문화재청에서 무슨 정책이라도 있나요? 어떤 배려를 하나요?" 

첫번째 일화는 문화재 행정이 진짜로 활용 혹은 산업을 지향한다면, 그것을 가로막는 장애물 똥덩이부터 치워야 한다는 뜻이다. 말로는 활용 산업 떠들지만, 그 현장에서는 각종 규제 들이대면서 보존타령이나 일삼는다는 아우성 천지다. 활용과 산업화를 막는 이 문화재 행정 구조 자체부터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로만 활용 산업이라 하면서 막상 속내로 들어가면 각종 빗장 걸어 막아세우는 일이 어디 한둘인가? 
 

이 혈맥을 지탱하는 근간이 모세혈관이다.

 
두 번째는 문화재청이 진짜로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야 하는 대목이다. 문화재청에 지역 학예직 혹은 그것을 고리로 삼은 담당 부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과연 저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도통 알 수가 없다. 하도 내가 닦아세우니 일년에 한두번 연찬회 비슷한 자리를 마지못해 마련하기는 하더라만 그걸로 되는가? 

늘 얘기하지만 지자체 학예직은 문화재 행정 모세혈관이다. 이 모세혈관이 모여 대동맥이 되는 것이 아닌가? 모세혈관 다 죽여놓고 뭘 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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