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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돈 안 주면 논문도 안 쓰나?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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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밀어내기 풍조는 근엄한 학술 분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1년에 적어도 두 번 이상, 특히 네 번 발간되는 계간 학술지들의 경우 그해 마지막 호를 보면 거의 다음과 같은 현상이 감지된다. 

첫째, 각 대학 교수가 집필한 논문이 다른 호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둘째, 그들 논문은 무슨 기관이나 재단에서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쓴 경우가 대단히 많다. 그래서 이런 연말 학술지 각주 제1번은 으레 '이 논문은 ○○재단 지원에 의한 연구입니다'라는 요지의 문구가 차지한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이런 풍토 때문에 연말 학술지는 대체로 연구비를 지원받은 결과물을 밀어내기 위한 교수들만의 장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그래서 연말 학술지에 다른 연구자는 논문 투고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현상은 2000년대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국가나 국공립 연구지원 기관에 대한 학계 의존도를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이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경제적 생산성과 거리가 먼 인문학이나 기초자연과학 분야에서는 국가 예산의 전폭적 투자를 요구한다. 이대로 놔두다간 기초학문이 아예 고사하고 만다는 위기감을 극력 조성한다. 

물론 그것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기 혁신 없이 무턱대고 국민세금이 원천인 국가 예산을 떼어 달라고 생떼를 써서는 안 된다. 

연말이 닥쳐오면서 밀어내기 식으로 무슨무슨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는 연구결과들을 곰곰 뜯어보면, 과연 이런 연구에도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고구려 광개토왕비문을 연구하는 데 왜 국가에서 연구비를 지원해야 하는가? 

대학이나 그에 준하는 공공기관에서 교수라든가 전임연구원과 같은 직업인으로 학문에 종사하고 있는 이라면, 이런 연구는 연구비 지원이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것이 그 분야 학문에 종사하는 자들의 의무이다. 

국가 지원이 없어 우리 학문이 고사하는가, 그 국가 지원은 국민세금이 원천 아닌가, 돈을 안 주면 논문도 안 쓰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2004. 11. 28)

 
***
 
16년 전 글이라 현재의 사정과는 달라진 대목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초지일관해서는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변함이 없고 그 점에서는 전연 개선이 없으므로 그대로 전재한다. 
 
국민세금 투하한 연구라는 것들을 볼짝시면 이런 것들이 왜 꼭 세금을 투하해야 하는지를 의심케 하는 것 천지다. 왜 지들 연구에 불특정 국민 다수가 돈을 낸단 말인가?
 
국민세금이 투입되었으면 그 글은 시종일관 공공성 공익성을 구비해야 한다. 왜 쓰레기 같은 너희 논문에 내 세금이 들어간단 말인가? 
 
얘기 나온 김에 국민돈 쳐먹고 내는 학술지들은 조건없이 원문 공개하라. 왜 회원가입이니 회비납부를 요구한단 말인가? (2021. 4. 9)

***

씨잘데기 없는 논문에다 돈 퍼주지 말며 고전 번역 역주 이런 데 지원해야 한다.(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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