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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사업에 대한 有感

by taeshik.kim 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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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국내 지식인 사회를 향한 내 시선 중에서도 늘 불만인 것 중의 하나가 ‘돈 타령’ ‘인력 타령’이다. 그들은 늘 말한다. 이런 사업은 국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이런 ‘타령’이 가장 성공작인 일도 있다. 지금은 한국연구재단으로 흡수 통합된 ‘한국학술진흥재단’이 기획한 ‘학술명저번역총서’ 총서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동양편’과 ‘서양편’으로 나누어 고전을 비롯해 이른바 ‘명저’라고 할 만한 외국 서적을 한글로 번역하는 사업이니, 나는 이에 대해서는 늘 복합한 생각을 표출하곤 했다.


첫째, 이 명저 번역 대상이란 걸 보면, 말 그대로 그 학문 분야에서는 고전의 위치에 오른 것이니, 이를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은 다 좋은데 왜 그것이 하필 국민의 세금을 빨아 먹는 형태여야 하는가?


둘째,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고전 혹은 명저의 번역은 그 분야 직업적 학문 종사자라면 당연히 그 직업의 소명의식에 따라서 그 종사자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사진은 본문 내용이랑 관계엄슴


셋째, 그러함에도 내가 이에 의한 성과물에 막대한 신세를 진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으니, 이것이 한편으로는 감사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이 사업 초창기만 해도 나는 이런 복잡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곤 했으니, 여기서 공개적이라 함은 말할 것도 없이 언론인으로서의 내가 이런 생각을 관련 기사 작성을 통해 표출했다는 뜻이다.


그것의 효과는 적지 않았으니, 이 사업 초창기에 그 위원이라고 할 만한 자격으로 참여한 어떤 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꾸 그런 기사 쓰는 바람에 우리 사업이 곤란해진다. 왜 국민세금을 명저 번역 사업에 털어 넣느냐는 불만이 있다. 하지만 참아 달라. 그래도 이렇게나마 해 놓아야 번역이라도 이뤄질 게 아닌가?”


그의 말이 아니라 해도 실은 국민세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이 고전명저 번역 사업에 부정적인 나였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초래하는 순기능을 부정하고픈 생각이 없던 나를 곤혹스럽게 만든 문제이기도 했다. 그는 이르기를 “자칫하다면 그나마 이 사업 폐지될지 모른다” 했다.


이후 나는 그와 같은 문제 제기를 적어도 공적으로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왜 플라톤 하는 데 하필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하며, 저 무수한 중국 고전을 번역하는 데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입만 열면 이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이 이르기를, “이런 건 국가가 해야 한다”고 하지만, 국가가 봉이냐?

국가가 해야 한다는 말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요 겁박이다.

내가 그런 주장을 원천에서 반감하는 까닭은 다른 무엇보다 그 번역 대상 대부분이 굳이 국민세금이 아니라 해도, 그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라면 누구나 그 직업의 소명의식에 따라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번역을 내야 하는 것이 ‘의무’이지, 그 번역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번역, 역주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 사정, 학문 여건에 따라 선별적임을 너무나 잘 안다. 예컨대 조선왕조실록을 그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에게 자기 돈 들여가며 텍스트 교감하고, 번역하며 주석을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하지만 작금 선보인 결과물에 과연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것이 몇이나 되는지 나는 심히 의아함이 든다.


예컨대 이 사업 ‘동양편’ 결과물을 보자.


그 첫 번째가 ‘이옥전집’이니 이를 번역하는 데 왜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하는가? 그 두 번째가 ‘절옥귀감’이니 이를 번역하는 데 왜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하는가?

세 번째가 ‘창랑시화’이니 왜 이를 번역하는 데 국민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네 번째가 ‘주자언론동이고’이니 왜 국민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는가? 다섯 번째가 ‘염철론’이니 왜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번역본이 나오는가?


죽 건너 뛰어 ‘한국독립운동지혈사’ 번역에 왜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하는가? 왜 ‘이십이사차기’에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하는가? 다시금 강조하지만 내가 국민세금이 들어가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다시금 강조하고픈 대목은 이런 고전들은 그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라면 국민세금 없이도 그 직업적 소명의식에 따라서 그 직업적 학문종사자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가에 대고, 국민에 대고 겁박하는 일 더 이상 하지 마라.

 

(2011.05.29 06:35:43) 

***

국민세금이 투하되었으면 그 성과는 전면 무료로 공개되어야 한다.

이 사업도 웃기는 게 그 지원이 출판사랑 역주자한테 농가주는 시스템이며 것도 계약기간 5년인가 지나면 소멸이라 역주자가 독점한다.

글타고 책이 팔리는가 하면 누가 사가겠는가?

전면 공개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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